박병호 미네소타행 현지 기자들 분석
 “(박)병호 형이 피츠버그로 왔으면 좋겠어요. 쿠바, 도미니카, 베네수엘라 등 남미 출신의 선수들이 한 팀에서 뛰며 끈끈한 교류를 이어가는 걸 볼 때마다... 박병호 미네소타행 현지 기자들 분석

[일요신문] “(박)병호 형이 피츠버그로 왔으면 좋겠어요. 쿠바, 도미니카, 베네수엘라 등 남미 출신의 선수들이 한 팀에서 뛰며 끈끈한 교류를 이어가는 걸 볼 때마다 저도 한국 선수랑 한 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난 6월 피츠버그에서 만났던 강정호(28)는 한 살 위 형인 박병호(29)와 한 팀에서 뛰길 간절히 소원했다. 강정호의 바람은 바람으로 끝났다. 박병호는 미네소타 트윈스로부터 ‘찜’ 당했기 때문이다. 미네소타가 박병호에게 1285만 달러를 제시했다는 사실이 발표되면서 박병호를 탐냈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이 낙마했고 대부분의 팀들이 1000만 달러 이상의 응찰액을 적어 냈다는 뒷얘기도 함께 소개됐다. 올 시즌 박병호는 타율 3할4푼3리 53홈런 146타점을 기록하며 타율·홈런·타점 세 부문에서 프로진출 이후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또 2년 연속 50홈런을 기록하며 4년 연속 한국 프로야구(KBO) 홈런왕 타이틀을 지켜오고 있다. 과연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는 빼어난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을까. 미네소타 트윈스를 취재하는 기자들과 이메일을 통해 박병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 강정호 효과’에 덕본 박병호

지난 한 주 한국 프로야구계는 미네소타 트윈스로부터 1285만 달러의 포스팅 최고 응찰액을 제시받은 박병호와 관련된 소식이 쏟아졌다. 메이저리그에서 스몰마켓으로 평가받는 미네소타가 박병호에게 거액의 포스팅 금액을 제시했다는 것부터 미네소타의 현 선수들 상황, 박병호와 계약이 성사될 경우 어떻게 활용될지, 그리고 박병호가 과연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 다양한 시각들이 제기되었다.

미국 야구 전문 기자 애런 글리먼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의 성공이 박병호 계약을 낙관할 수 있는 이유’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 스카우트들은 KBO 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지표를 바꾸는 데이터가 부족하다. 그런 점에서 강정호의 성공은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보탬이 되는 지표로 사용되기에 충분했다”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미네소타 트윈스를 담당하는 <세인트 폴 파이오니아 프레스>의 마이크 베라르디뇨 기자도 기자와의 이메일 대화를 통해 강정호를 먼저 언급했다.

“이 포스팅 전까지만 해도 박병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피츠버그의 강정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강정호와 박병호가 넥센에서 함께 뛰었고, 강정호의 맹활약을 통해 박병호도 그 이상의 활약을 해줄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됐다. 미네소타가 박병호의 교섭권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윈스 담당 기자들은 대부분 유튜브를 통해 박병호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감상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강정호보다 박병호의 파워는 한 수 위라는 점이다. 트윈스가 그 때문에 박병호 영입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박병호 포스팅에서 성공한 미네소타가 꽤 오랜 기간 동안 박병호를 관찰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박병호가 성남고 2학년 때부터 지켜봤고, 그가 LG에서 오랜 무명 생활을 보내다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이후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도 놓치지 않고 체크했다는 후문이다. 그런 가운데 KBO리그 야수 출신으론 처음으로 강정호가 피츠버그에 연착륙하는 모습은 미네소타에 자신감을 부여했다. 미네소타의 아시아 총괄을 맡고 있는 김태민 스카우트는 “스카우트 입장에서는 같은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야 우리가 갖고 있는 리포트가 맞는지 틀리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BO리그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선수라고 해도 ‘사례’가 없는 상태에선 거액을 배팅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 박병호의 포지션은?

박병호가 미네소타와 계약을 맺게 된다면 그가 내년 시즌 미네소타에서 맡게 될 포지션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의 라벨 닐 기자는 박병호의 포지션이 유동적이라고 내다봤다.

“아마도 미네소타는 박병호에게 1루수와 지명타자를 번갈아 맡게 할 것이다. 1루수에는 간판 조 마우어가 버티고 있지만 그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2011년부터 8년 동안 1억 8400만 달러를 받는 초대형 계약을 맺은 거물이고 연봉만 2300만 달러를 받는 비싼 몸값의 선수이지만 올해 타율이 0.265, 10홈런, 66타점에 그치며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로 인해 미네소타는 박병호와 조 마우어에게 번갈아 1루를 맡게 할 가능성이 크다.”

<세인트 폴 파이오니아 프레스>의 마이크 베라르디뇨 기자도 “조 마우어의 경우 지난 시즌 건강하게 한 시즌을 치렀고, 135경기에서 선발 1루수로 출전했고 19경기를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박병호가 지명타자 부분을 채워준다면 이러한 선수 운영은 내년 시즌에도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1500 ESPN 트윈시티즈>의 필 맥키 기자는 기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만 해도 미네소타의 외야수 애런 힉스나 3루수 트레버 플로프가 트레이드될 경우 박병호 영입과 함께 미네소타 선수 구성에 큰 변화가 오게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런데 실제 미네소타는 12일 애런 힉스를 뉴욕 양키스로 보내고 포수 존 라이언 머피를 데려오는 1:1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미네소타는 박병호와 계약을 맺기도 전에 선수단 정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 과연 박병호의 연봉은?

강정호는 포스팅 비용 500만 달러를 더해 4년간 1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스타들의 몸값과 비교할 때 적어보이는 금액이지만, 저연봉 구단 피츠버그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미네소타 역시 부자 구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올 시즌 연봉 총액은 1억 894만 5000달러로 메이저리그 전체 18위였다. 피츠버그보다는 연봉이 높지만 LA 다저스(2억 7278만 9040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CBS스포츠의 메이저리그 전문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은 11일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강정호에 비해 두 배가 넘는 금액에 놀라고 있다. 미네소타와 박병호 측이 이미 접촉한 상태이며, 예상 계약 규모는 강정호가 받았던 1100만 달러의 두 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미네소타 담당 기자들 사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미네소타 포스트>의 팻 보르지 기자는 “1285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에 이미 박병호의 몸값이 나와 있다”면서 “스몰 마켓으로 유명한 미네소타에서 박병호를 데려오기 위해 1285만 달러의 이적료를 지불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선수 연봉은 충분히 감안하고 베팅한 게 아니겠느냐”라고 답했다.

현재 ‘프리미어 12’ 대표팀에 참가하고 있는 박병호는 연봉과 관련해서 “자존심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에이전트와 구체적으로 몸값 얘기를 한 적도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첫 선을 보이는 만큼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박병호가 연간 500만 달러 수준의 4년 이상 계약을 성사시킬 경우 미네소타는 포스팅 비용을 합쳐 박병호에게 연간 800만 달러를 쓰게 된다. 무려 4년간 32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이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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