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ll>행복하자 호주생활: 잘 살고, 일하고, 아프지 말자(1)</small><br>부모 위해 통역하는 아이들
‘언어중개사’ 역할 아이들에 스트레스 요인 호주 한인이민역사는 50년에 달하고, 매년 꿈을 찾아 2만여명에 가까운 청년이 호주를 찾는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도 올해로 21주년을... <small>행복하자 호주생활: 잘 살고, 일하고, 아프지 말자(1)</small><br>부모 위해 통역하는 아이들

‘언어중개사’ 역할 아이들에 스트레스 요인

호주 한인이민역사는 50년에 달하고, 매년 꿈을 찾아 2만여명에 가까운 청년이 호주를 찾는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도 올해로 21주년을 맞았다. 2011년 호주정부 센서스에 따르면 호주에 거주하는 한국출생자는 약 7만 5000명이며 2015년 12월 말 기준

호주로 이민오는 한국인 대부분은 호주에 친지가 있더라도 언어, 다른 문화나 절차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은 어른과 달리 언어 습득 능력이 빠르기 때문에 호주 문화를 더 빠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교육 때문에 호주에 오는 부모들도 흔히 ‘아이들은 걱정할 것이 없고 나만 적응을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영어에 서투른 부모는 학교는 물론 가정의(GP), 정부기관에 갈 일이 있을 때 학교에 다니는 자녀에게 통역을 맡기거나 서류 작성을 맡기기도 한다.

최근 부모를 위해 통역사 역할을 하는 아이들이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장기적으로 유해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시드니대학 레누 나샬(Renu Narchall, )교수가 올해 초 이민가정 출신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린 시절 통역사 역할을 한 경우 공부에 지장이 됐다는 응답자가 많았고 심한 경우 책임감 때문에 학교 중퇴까지 고려했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Dr. Renu Narchall

서시드니대 레누 나샬 박사는 호주내 ‘언어중개사’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나 관공서에서 영어에 서투른 부모나 조부모를 위해 통역사 역할을 하는 아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학계에서는 정식 통역사는 아니지만 통역사 역할을 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언어 중개사(language broker)라고 부른다. 연구에 따르면 이민자 가정에서는 아주 어리게는 8세부터 자녀들이 ‘언어중개사’ 역할을 한다.

‘통역사’ 자녀, 인지-사회-감성-대인관계 능력 습득 강화

부모나 집안 어른을 위해 통역을 맡는 자녀에게는 혜택도 있다. 이들은 강화된 인지, 사회, 감성 및 대인관계 능력을 습득하며 2003년 미국 시카고 라틴아메리카계 6학년 학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족 내 통역사 역할을 하는 아이들이 표준화된 읽기 및 수학 시험에서 비통역사 학생보다 상당히 좋은 성적을 냈다.

다른 라틴계 12세 아동 인터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를 위해 통역을 하는 아이들은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고 대답했다. 비슷한 연령대 라틴계 아동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통역을 짐으로 느끼지 않는 경우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에게 통역 맡기면 ‘역할 전도’

부모-자식간 신뢰관계 줄어들 수 있어

Dr. Renu Narchall

서시드니대 레누 나샬 박사는 호주내 ‘언어중개사’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어중개사 역할을 하는 자녀는 부모를 돌보는 어른 역할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돌보는 능력을 습득하게 된다. 또한 가정내에서도 부모로부터 물질이나 감정적인 보상을 받는 등 특혜를 누리기도 한다. 북미와 유럽에서 이루어진 기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당연히 통번역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 어린이들은 ‘언어중개사’ 역할을 통해 책임이 늘어나는 것을 경험한다. 통역사 역할을 짐으로 느낄 수 있으며 이 경우 통역일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동해 음주나 마약사용 같은 위험감수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언어중개사’ 역할은 역할전도로 이어질 수 있다. 자녀를 돌봐야 하는 부모가 통번역을 아이에게 맡김으로써 아이가 오히려 부모를 돌보는 역할을 하면서, 역할이 뒤바뀌게 되는 것이다.

나샬 교수는 “부모는 보호자로 (자녀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말해주는 역할을 통해 신뢰관계가 형성된다”며 자녀들은 “부모가 옳기 때문에 말을 듣는 것”이라고 부모-자식간 관계를 설명했다. 그러나 자녀가 ‘언어 중개사’ 역할을 하면서 역할이 전도되고 자녀에게 통제력이 생기게 되며 부모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가 이해하지 못하는 관공서나 학교 정보와 서류 중 부모가 걱정할까 봐 자녀 스스로 판단해 일부만 선택해서 부모에게 전달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로써 자녀가 ‘언어중개사’로 부모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촉진자(facilitator) 역할과 방해자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된다.

레누 나샬 교수는 이민자 가정 자녀들이 병원 예약, 법률 서류 번역, 부동산거래, 사회복지 기관 응대, 비자 등 호주에서 정착하는 동안 어린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통역으로 부모를 돕는 것이 자녀의 도리라고 생각해 기꺼이 ‘언어중개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언어중개사’ 역할에 스트레스를 받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있으며, 어린이는 “불안을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아프다’는 심신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다른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기도 한다.

2011년 캐나다 1세 및 2세대 중국계 15세 청소년 대상 종단연구에서는 가족 의무가치가 강하거나 부모가 심리적 통제가 높다고 인식하는 청소년인 경우 통역사 역할이 잦을수록 심리건강에 나쁘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잦은 언어중개 역할은 잦은 부모-자녀간 갈등과 연관되기도 한다.

부모, ‘언어중개사’ 자녀 어려움 알고 이해해야

나샬 교수는 자녀가 ‘언어 중개사’역할을 하더라도 자녀가 느끼는 어려움을 부모가 충분히 알고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어습득이 빠르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가 통역을 맡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해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어쩔 수 없이 아이에게 통역을 부탁할 때는 아이의 상황을 고려해서 배려해 줘야 한다.

부모의 배려가 없으면 ‘언어 중개사’ 역할로 스트레스가 쌓여 커서도 심리적으로 불안증상을 보일 수 있다. 나샬 교수는 어린 시절 부모를 위해 통역사 역할을 했던 한 전문 통역사가 사회적 불안 증상 때문에 낯선 사람과 대화하면 스트레스로 지쳐 결국 전문 통역사 일을 그만 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성인이 돼서도 낯선 사람과 만나는 사회적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핑계를 대는 경우도 있다.

이민자 가정에서 미성년자의 언어중개사 역할을 다룬 레누 나샬 교수의 미발표 논문은 호주에서 언어중개사를 다룬 최초의 연구 자료이다. 나샬 교수는 2010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심리학회에서 영국 교수가 발표한 논문을 통해 ‘언어 중개사’ 주제를 접한 후 발표 논문과 참고서적을 모두 찾아 더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영국과 유럽, 북미에서 이뤄진 연구 밖에 없었고, 호주에서 ‘언어중개’ 주제 연구는 거의 없는 상태였다.

나샬 교수는2003년 캘리포니아에서 중국계 아동심리학자 출신 주의원이 15세 미만 어린이가 통역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예를 소개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주상원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당시 ‘언어중개사’ 문제에 대한 이해를 넓혀야 한다는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다. 만약 공공기관에서 미성년 자녀가 통역하는 것을 금지하게 된다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의료, 법, 기타 공공기관에서 더 많은 번역-통역사가 필요하게 된다.

현재 호주에는 나샬 교수가 서호주대학을 중심으로 실시한 소규모 연구 외에는 어린이 통역사에 대한 연구도 없고, 정부의 지원도 전무한 상태이다. 정부는 물론 이민사회와 이민자 가정 부모가 언어중개사가 자녀의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절실한 상황이다.

‘통역사’ 자녀 지지모임으로 지원가능

호주내 연구 실태 조사 절실

정부 차원 통번역 지원 강화해야

나샬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언어중개사 자녀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지지모임을 제안했다. 지역 주민센터나 온라인에서 통역사 역할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이 서로 경험을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샬 교수는 무엇보다 이민자 가정에서 통역사 역할을 하는 자녀들이 책임감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인정하고 방지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학자 중심 온라인뉴스인 The Conversation에 나샬 교수가 ‘언어중개사’ 주재로 기고한 글에는 댓글을 통해 8살부터 부모를 위해 통역했다는 그리스 이민자부터 2000년 초 사업서류 번역이나 학부모 면담에서 부모를 위해 통역했다는 아시아계 이민자가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연방정부에서는 1973년 응급통역전화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991년 비영어권 거주자에게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TIS National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방복지부에서는 별도로 자체 무료 통번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방정부 통번역 TIS National 전화: 131 450[/vc_column_text][/vc_column][/vc_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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