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가정폭력 신고 계속 늘어
한인사회내 가정폭력 신고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나 온라인 포럼을 통해 많은 정보가 공유되어 도움을 주고 있다. 한인사회 가정폭력 신고 계속 늘어

피해자 결심까지 평균 7번

호주사회가 브리즈번에서 일어난 ‘친족살인’으로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 연방의회는 26일 피해자해나 클락씨와 세자녀를 애도하는 촛불 추모식을 가졌다.

‘친족살인(familicie)’는 한 가족구성원이 나머지 가족 다수를 신속하게 살해하는 것이다. 가정폭력(domestic and family violence)은 배우자간, 또는 부모-자식 간, 형제자매간 물리적-언어적-경제적 폭력을 포함한다. 연로한 부모를 학대하는 노인학대(elder abuse)도 가정폭력의 한 형태이다. 호주에서는 여성 3명 중 1명이 아는 사람에게 물리적 폭력이나 성폭력 혹은 두가지 폭력 모두를 경험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폭력을 경험한 여성 중 자녀가 있는 경우가 반 이상이었다.

또한 전체 살인 사건 중 약 40%에 가정폭력적 요인이 있으며 호주에서 1주일에 최소한 여성 1명이 현재 또는 이전 배우자에게 살해당한다. 다른 여성보다 호주 원주민과 토레스해협 여성이 가정폭력 피해 비율이 더 높으며 폭력의 형태도 더 심각하다. 가정폭력은 또한 여성이 길거리에 내몰리는 가장 큰 이유이며 아동보호 신고에서 일반적인 요인이다.

호주 전국적으로 가정폭력 사건 현장에 2분에 한번씩 경찰이 출동한다. 그러나 대부분 가정폭력은 피해자들이 신고하지 않는다. 이유는 추가 폭력에 대한 공포, 수치, 자신이 당한 폭력이 경찰에 신고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생각, 자녀를 잃거나 길바닥에 내앉게 될 가능성 혹은 비자 문제로 인한 추방을 포함 다양하다.

호주정부는 수년간 이민자 사회내에서도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해왔다. 그동안 한인사회 가정폭력 실태에 변화가 있었을까? 시드니 북부지역에서 한인가정폭력 허브를 운영하며 가정폭력에 대한 정보와 상담을 제공해 온 김지현(Mina Kim)씨에게 한인사회 가정폭력 실태에 대해 들었다.

domestic violence
한인사회 가정폭력 전문가는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경우 경찰에 먼저 신고할 것을 권했다.

시드니 한인사회내 가정폭력 신고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한인사회에서도 피해자 본인은 물론 주변인들도 가정폭력 피해가 숨길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젊은 한인 이민자들 사이에서 인식이 확대되어 신고와 상담 및 도움 요청도 늘어나고 있다. 가정폭력이 도박문제와도 관련되기 때문에 도박상담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꾸준히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이민자 사회별로 공식 통계가 없기 때문에 수적으로는 가정폭력 실태 변화를 알 수 없지만 이전에는 교회나 한인 지역사회에서 도움을 얻을 수밖에 없었던 반면 최근에는 미씨호주나 미씨멜번 같은 여성들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포럼이 활성화되어 이를 통해 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여성의 인식, 지식수준,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많고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의식이 커지면서활성화된 온라인 포럼을 통해 이러한 정보 네트워크가 굉장히 발전했다.

김지현씨는 이러한 온라인 포럼에서 나누는 가정폭력 정보들이 상당히 정확해서 가정폭력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한인 여성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온라인 포럼 댓글을 통해 회원들이 피해여성에게 대처 방법을 잘 설명하고 제대로 절차를 밟도록 도움을 주기 때문에 “희망적”이라고 봤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처음에는 가정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심각한 경우에도 탈출하는데 실패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평균 7번 정도로 굉장히 힘든 과정이다. 이 때문에 전문적인 사회복지사나 상담사가 아닌 경우 피해 여성을 돕던 주변 지인들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 중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가하는 폭력이 가장 많다. 최근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타겟으로 잡고 이를 줄이려는 캠페인을 많이 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정부에서 이민자사회 가정폭력 피해를 줄이기 위해 캠페인과 지원을 해 왔으나 김씨는 남성 배우자의 폭력 행위가 줄어들었다는 통계나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피해자, “경찰 신고가 첫걸음”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김씨는 처음 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해자가 사과했다고 그냥 넘어가면 폭력행위는 악화되며 두 사람간 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초반에 잡아야 한다”. 경찰 신고는 여자는 약하지만 호주 공권력이 뒤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가정폭력이 ‘범죄행위’로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는 각인효과가 있다. 한번 경찰 신고를 받고 조처가 취해지면 다시 폭력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경찰에 신고한다고 모두 별거하거나 이혼하는 것은 아니고 계속 결혼 생활을 이어가기도 한다.

경찰에 신고하면 가정폭력 담당 여성 경찰관이 동행하며, 긴급숙소 지원, 상담을 포함 연관 서비스에 자동적으로 정보가 공유된다. 경찰이 출동하면 현장에서 비디오 녹화가 이루어져 피해자가 심경에 여러 차례 변화가 있어도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가 있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추후 조처가 유리하게 진행될 수 있다.

또한 눈에 드러나는 물리적 폭력은 아니면서도 위협적인 경우 모든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주위에 신뢰하는 네트워크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주변 지인들에게 피해 사실을 전혀 얘기하지 않아 증거가 없어 어려움을 겪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호주에 시댁만 있고, 일자리도 없고, 영어는 능통하지 않으며 어린 자녀가 있는 여성이 가장 취약한 그룹이다. 이런 여성들은 가스라이팅(Gaslighting) 때문에 자존감이 굉장히 낮아져 스스로 판단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정상인과 똑같이 결정하고 추진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 상황을 조작해 상대방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 하는 정서적 학대 행위. 피해자는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게 되어 가해자에게 점차 의존하게 된다.]

이런 경우 친구 네트워크도 없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증거가 없다. GP에게 소견서를 받아 전문상담사에게 상담을 받는 경우 상담사가 법적 증인이 될 수 있다. 일기, 이메일 기록, 온라인 카페 게시글도 증거가 될 수 있다.

김지현씨는 연애관계 폭력이 결혼 관계 폭력으로 이어진다며 연애 중 폭력이 일어나면 결혼해도 변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1세 미만 자녀있는 부부, 가정폭력 가장 많아

자녀가 1세 미만일 때 가정폭력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 이 때가 일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로 주변에서 도움이 있으면 이겨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서로 힘들어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인가정폭력 허브를 지원하는 Relationships Australia에서는 초보엄마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현재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정폭력 상담, 지원 서비스는 한국어 사용 인구의 55%가 거주하는 시드니에서 밖에 찾을 수 없다. 김씨는 아직 한국어 서비스가 없는 지역에서는 한인회와 한인 단체에서 관련 기관에 자꾸 요구를 해야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조언했다. 김씨가 소속된 기관에서 싱글맘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는데 ‘싱글대디’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가 있어 추진하고 있다며 계속 관계 기관에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멜번에서 상담사로 활동하는 조은주씨는 한인사회내에서 가정폭력을 신고 못하거나 하지 않아서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멜번에 한국어 가정폭력 지원센터는 없지만 통번역 서비스를 통해 Domestic Violence Helpline (전화 1800 800 098)를 이용할 수 있다고 권했다. 한인회 총무로도 활동하고 있는 조씨는 빅토리아주 한인들을 위한 생명의 전화 설치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한인가정폭력 허브

조언을 주신 한인가정폭력허브 Mina Kim 운영자님과 조은주 상담사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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