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호주 NSW 대법원 판사가 본 한국전쟁
[서평] 호주 NSW 대법원 판사가 본 한국전쟁

Korea: Where American Century Began

한국: 미국의 시대가 시작된 곳

저자: Michael Pembroke
Hardie Grant Books | $32,99

예리하며 강력하고, 종종 비통하며, 간혹 직설적으로 무시무시하다 – 이 책은 풍부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연구서이다. 한반도가 다시한번 중심 무대이자 피해자인 오늘날의 유해한 정치분위기에서 교훈이 너무나 시의적절하다.
‘Perceptive and compelling, often heart-rending, sometimes downright terrifying – this is a richly informed study. The lessons are all too pertinent in today’s toxic political climate, with Korea once again a centerpiece and victim.’ – Noam Chomsky 노엄 촘스키

지난해 10월 5일 줄리안 리저 의원 (NSW 버로우라 지역구)이 시드니에서 줄리 비숍 외교부장관을 초대해 지역주민 대상 포럼을 열었다. 주제는 북한문제. 이 행사는 8월 8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불과 진노” 발언 후 2달 뒤,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있고 나서 약 보름 만에 열렸다. 당시 행사장을 가득 매웠던 참석자 중 한 중년 호주인 남성은 비숍 장관에게 당장이라도 북한을 폭격할 수 없냐며 호주 정부를 질타하기도 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북미간 롤러코스터는 결국 12일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과 미국 지도자가 테이블을 놓고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절정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및 호주 언론 그리고 “전문가” 집단 일부에서는 70년 가까이 지속된 한반도 긴장상태 책임이 북한에 있으며 “북한이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올해 초 NSW주 대법원(최고법원, Supreme Court of NSW) 판사 마이클 펨브로크가 법률 서적이 아닌 한국전쟁을 다룬 Korea: Where American Century Began을 냈다.

펨브로크는 한국이 역사적으로 나누어질 수 없는 통일국가였지만 1945년 2차대전 종전 후 한민족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미국이 주도한 소련과의 전략적 거래로 한반도가 38선으로 분리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한국전쟁의 원인을 찾기 시작한다.

이 책은 맥아더 사령관 지휘 아래 연합군이 9월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을 수복하고 38선 이북으로 북한 침공군을 몰아낸 이후 미국정부의 38선 이북 진격 결정과 이를 둘러싼 연합국의 불만과 미국의 일방적 결정 과정을 상세하게 전한다. 또한 지난해 6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장진호 전투기념비’ 헌화행사 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장진호 전투와 – 책에는 장진호를 ‘Chosin Reservoir’로 칭했는데 이는 당시 미군이 사용했던 한반도 지도가 일본에서 작성된 것으로 ‘초진’은 장진의 일본식 발음이다 – 청천강 전투 과정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38선을 넘어 압록강까지 진격했던 연합군은 중공군의 참전으로 다시 남쪽으로 후퇴를 거듭했고 전쟁은 38선 부근에서 교착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UN 러시아 대사 야콥 말릭(Jacob Malik)이 38선에서 상호 군대 철수를 포함, 정전을 제안하면서 1951년 7월 10일 휴전협정이 정식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협정은 2년 2주가 지난 1953년 7월 27일에야 마무리됐고 이 기간 동안 수백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책은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오늘날같이 악화되었는지 궁금한 누구에게나 필독서이다.
The book should be compulsory reading for anyone who wonders how the situ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deteriorated to the point it has today.’ – 리처드 브로이노스키 (Richard Broinowski), 전 주한호주대사

지난한 휴전 협정 기간 내내 하늘을 점령한 연합군 공군은 휴전협정에서 미국에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북한지역을 공습했다. 딘 러서크는 미국이 “북한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 쌓인 벽돌 하나하나까지” 폭격했다고 기록했고, 미군 포로는 “평지 위에 남아있는 구조물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증언할 정도였다. 연합군 폭격으로 1952년 말 평양인구는 전쟁전 50만에서 5만 정도로 급감했다. 휴전협정 기간 동안 무차별적인 폭격의 대상이 된 북한 주민은 혈거인처럼 토굴이나 동굴에서 생활해야 했다.

또한 네이팜탄으로 불붙은채 뛰어가는 어린아이의 발가벗은 사진이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고 전쟁의 정당성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은 베트남전이었지만 네이팜탄은 한국전쟁에서 전방위적으로 사용됐다. 펨브로크는 또한 미군이 국제법으로 금지된 생화학 무기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일본 패전 후 미군은 악명높은 731부대 실험자료를 확보했지만 731부대에서 저지른 잔학행위에 대한 증거자료는 “미국의 이해를 위해” 전범재판에 제출되지 않았다. 대신 이시이 시로 731부대 사령관과 지휘관들은 모두 사면됐고 처벌 대신 현찰까지 지급받았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 지도자들에게 그리고 미국인들에게 안보는 직접적인 무력위협에 대한 방어가 아니라 “미국의 힘과 지위 그리고 위상”을 지키는 것이었다. 펨브로크는 또한 당시 미국이 인정하지 않았던 중국에 대한 맥아더와 미국 지도자들의 “공포와 공격적 의지”가 2018년에도 만연한 미국의 특징이라고 지적한다.

책 끝에는 각 장별 주석, 주제별 자료 설명, 색인, 책에서 언급된 국제조약, 인용한 기밀문서와 사료가 일부 첨부되어 있어 한국전쟁을 배우려는 학생에게 좋은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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