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불 정치 도박, 혹 떼려다 되려 붙여
상원 군소-무소속 정리-반노조법안 처리 모두 놓쳐 이번 선거는 말콤 턴불이 양원해산의 명분으로 삼았던 상원 군소정당-무소속 정리와 반노조 법안 처리 두가지 모두... 턴불 정치 도박, 혹 떼려다 되려 붙여

상원 군소-무소속 정리-반노조법안 처리 모두 놓쳐

이번 선거는 말콤 턴불이 양원해산의 명분으로 삼았던 상원 군소정당-무소속 정리와 반노조 법안 처리 두가지 모두 보기 좋게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턴불은 작년 9월 토니 애봇 전임총리를 몰아내고 집권한 이후 각종 개혁을 추진하려는 듯하다가 결국 이렇다 할 정책 없이 ‘의회개혁’을 빌미로 정부법안 처리에 걸림돌이 되어 온 상원 8명을 정리하기 위해 상원선거 투표법을 전격 개정했다. 동시에 반노조 법안인 건설업계 부패감시기구 호주건축건설위원회(ABCC) 재도입 법안을 상정, 2번째 부결을 이용하여 양원을 해산하고 조기선거를 소집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관행을 깨고 연방예산을 1주 앞당겨 발표하는가 하면 호주사상 전례없는 8주간이나 되는 긴 선거운동 기간을 설정,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예상대로 초박빙의 대접전으로 나타났고 소수정부 구성의 기회는 남아 있지만 총리가 내건 두 가지 명분이 국민의 심판으로 여지없이 깨진 참담한 결과에 직면하게 됐다.

상원선거는 무소속과 군소정당 후보 당선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새로운 규정에 따라 실시됐으나 상원 군소정당-무소속 의원은 종전 8명에서 더 늘어나 1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턴불은 비록 소수정부를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양원 합동회의에서 ABCC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더욱 희박하게 됐다.

민심놓친 전국언론 ‘턴불 지지’ 선언도 무색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여야 지지율이 팽팽하게 돌아간 가운데 뉴스 코프사 보수언론은 물론이고 진보언론으로 알려진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 페어팩스계 매체를 포함, 사실상 전국의 모든 신문이 턴불 지지를 선언했다.

각론에서는 노동당 정책을 상당히 지지하면서도 총론에서는 턴불의 구호에 호응하는 “안정”이나 “경제적 관리능력,” “불확실성” 등을 내세우며 턴불 옹호에 나섰다.

곳곳의 방송인들도 빌 쇼튼 노동당 당수가 ‘메디케어 공포 조성 캠페인’으로 거짓을 유포한다며 그를 가혹하게 몰아세우고 대신 턴불에게는 다분히 부드럽게 대했다. 턴불 정부와 마찬가지로 신문방송사의 기득권층 또한 서민이나 민심과는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턴불총리, 총선전날 진료비 자비부담 오락가락

그러나 턴불의 결정적 실수는 ‘메디케어 공포 캠페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기보다는 조기총선 일자가 새 회계연도 시작 다음날인 7월 2일로 맞춰진 데 있지 않았나 싶다. 메디케어 민영화와는 거리가 있는지 모르지만 서민들은 턴불정부의 의료보험 환급액 동결조치가 가져올 영향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고 이에 부글부글 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궁지에 몰린 의료업계는 오래 전부터 환급액 동결 해제 캠페인을 벌여 왔었고 실제로 7월1일 또는 4일부터 메디케어 일괄청구(환자 자비부담 없음)를 포기, 환자에게 상당한 진료비 부과를 고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 채널7은 선거 전날 턴불에게 “환급액 동결조치로 인해 우리 시청자들이 진료비를 더 부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턴불은 이에 “전적으로 그렇다”고 자신 있게 답변했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은 것을 알고는 나중에 기자회견을 갖고 “진료비는 의사 맘대로 올릴 수 있다”고 말을 바꾸었다. 의사들은 진료비를 제한 없이 올릴 수 있지만 그건 의사들의 책임이며 환급액 동결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환급액 동결을 해제해도 올해는 1건당 환급액이 60센트밖에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환급액 동결은 길라드 정부가 처음 8개월 동안 도입했다가 해제했으나 애봇 정부가 다시 동결시킨 데 이어 턴불 정부가 이를 2020년까지 총 6년간 연장시켰다. 의사들은 이 때문에 일괄청구를 포기하고 진료비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턴불은 이것이 환급액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선거 전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일부 의사들이 일반 환자에게 진료비를 20달러씩 직접 부과한다는 등의 안내문 사진과 함께 턴불의 이날 발언 내용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번 선거 낭패로 인해 턴불 총리는 결국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당내에서는 보고 있다. 소식통들은 그가 살아남을 확률이 10분의 1 정도라고 전했다. 그럴 경우 그의 총리 재직 기간은 호주사상 5번째로 짧은 불명예 기록을 남기게 된다. 인기폭발의 화려한 스타에서 10개월 만에 대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No comments so far.

Be first to leave comment below.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