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안철수 입’ 금태섭이 밝히는 2012년 대선 단일화 막후 스토리
 권력이 ‘권위’를 잃을 때 나타나는 조짐 중 하나는 ‘비선’의 존재가 드러날 때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정윤회... 한때 ‘안철수 입’ 금태섭이 밝히는 2012년 대선 단일화 막후 스토리

[일요신문] 권력이 ‘권위’를 잃을 때 나타나는 조짐 중 하나는 ‘비선’의 존재가 드러날 때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정윤회 비선실세 개입’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가 청와대 공식 라인이 아닌 비선라인을 통해 전횡됐다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추락하는 지지율을 감내해야 했고, 의혹의 정점에 있던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후 옷을 벗었다.

금태섭 변호사는 진심캠프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였다며 박경철 원장이 안철수 후보의 결정을 좌지우지한 비선이었음을 밝혔다.

금태섭 변호사는 진심캠프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였다며 박경철 원장이 안철수 후보의 결정을 좌지우지한 비선이었음을 밝혔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대선후보가 대선 캠프가 아닌 박경철 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에 의해 주요 결정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 원장은 안 후보의 오래된 ‘절친’이다.

한때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의 ‘입’이었던 금태섭 변호사가 지난 18일 발간한 책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에서 대선 당시 박경철 원장이 안철수 후보의 결정을 좌지우지한 ‘비선’이었음을 밝혔다. 금 변호사는 “‘진심캠프’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라며 “캠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던 박경철 원장은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서 후보와 비공개 회합을 가지면서 선거 운동의 모든 곳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또한 “선거 운동에 관여하지 않았던 박 원장은 출마 선언 이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이것저것에 관여했고, 심지어 민주당 정치인들을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들여서 접촉을 하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금 변호사는 박 원장의 비선조직에 대해 “비밀리에 운영되는 모임에서 메시지의 방향을 결정하다보니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발표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며 “결정의 상당 부분이 캠프가 아닌 비공식 모임에서 이뤄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공식 라인인 “진심캠프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와 정치학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국회의원 정수 축소’ 주장에 대해 “박 원장의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후보 사퇴 과정에 대해서도 “박 원장이 캠프 몇몇 인사들을 상대로 단일화 협상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불평하면서 ‘이제 나의 목표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조금이라도 상처가 적게 빼내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전해 들었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땀과 눈물을 흘려가며 이루려고 했던 일이 사적인 이유에 밀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캠프 주요 인사 대부분도 발표 직전까지 사퇴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심지어 본부장이던 장하성 교수는 사퇴발표 때 선거운동을 독려하러 광주로 내려가고 있었다”고 ‘불통’이었던 캠프의 실상을 거듭 밝혔다.

그는 안 의원과 박 원장을 싸잡아 겨냥하며 “비선의 근본 문제는 공적영역의 책임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자신들만 순수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 변호사의 이 같은 폭로에 대해 안 의원은 19일 “외부에 계신 분들이라 해서 모두 비선은 아니다”며 “실제 (대선)캠프에서도 의사결정을 할 때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본부장 레벨에서 의사결정을 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안 의원은 ‘비선’으로 지목된 박 원장에 대해 “제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 여러 조언을 들었던 분들 중 한 사람”이라며 “민주당(새정치연합 전신)과 통합한 이후에는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 변호사의 폭로는 사실 ‘폭로’가 아니다. 이미 2012년 대선 당시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의 뒤에 박 원장이 ‘막후실세’ 노릇을 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 안 의원의 ‘소통부재’ 역시 그 당시부터 지적받아 왔다. 당시 진심캠프를 아는 한 관계자는 “소통이 안 됐다고 하는 건 당시 안 후보가 박 원장을 따로 만나고 오면 캠프에서 논의됐던 것들이 백지화되거나 다른 결론으로 결정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캠프에 참여했던 분들이 차라리 ‘박 원장을 캠프에 참여를 시키라. 함께 논의하자’고까지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야권 단일화에 참여했던 한 인사도 “그때 당시에도 진심캠프 쪽 사람들이 논의하는 이야기와 결정된 이야기가 전혀 달라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특히 단일화 과정에서 여론조사 방식이나 문항 등이 달라지기도 했고, 메시지가 다르게 나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의문인 것은 이미 2012년 대선 당시 여의도에 파다했던 ‘소문’을 공식화한 이유다. 그것도 한때 안 의원의 측근으로 대변인까지 지낸 금 변호사가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비화’를 털어놓은 이유 말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금 변호사가 ‘자기 정치’를 선언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 의원을 향한 ‘금태섭의 독립선언’이라는 것이다. 금 변호사와 안 의원이 사이가 틀어진 계기는 지난해 7·30 재보궐 선거다. 당시 서울 동작 을에 출마선언을 했지만 당 지도부가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하면서 금 변호사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당 지도부는 금 변호사를 수원 지역구 중 한 곳에 공천하려고 논의했지만 금 변호사 이를 거부, 안 의원과 사실상 결별했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금 변호사가 안 의원이 민주당과 통합하고 공동대표를 지낼 때 새정치 몫으로 대변인을 했는데, 당시 지도부가 동작을 지역을 전략공천으로 돌린 것을 보고 안 의원에 대한 정치적 신뢰가 무너지지 않았겠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 변호사는 이제 자기 정치를 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며 “언제까지 안철수의 사람으로 남을 수 없고, 이젠 그의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공식화하면서 내년 총선을 대비하겠다는 차원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금 변호사는 책을 통해 △경쟁 △의제설정 △20대 청년위원장 △위험감수 등을 ‘야당이 이기는 방법’으로 제시했다. 한때 자신이 대선후보와 당 대표로 모셨던(?) 안 의원과 결별 선언을 한 금 변호사는 이제 스스로 ‘이기는 방법’으로 자기 정치를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종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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