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스토리] ‘EPL 현장리포트’ 손흥민 어디까지 날아오를까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손흥민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데뷔 후 3경기를 돌아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이다. 첫 경기 부진으로 맞은... [핫스토리] ‘EPL 현장리포트’ 손흥민 어디까지 날아오를까

[일요신문]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손흥민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데뷔 후 3경기를 돌아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이다. 첫 경기 부진으로 맞은 잉글랜드 언론과 팬들의 뭇매가 이어진 2경기의 활약으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격이다. 그의 3경기 중 2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기자로서 그에게 ‘A’ 성적표를 주는 데 아무런 망설임이 없다. ‘+’를 더해주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아직 토트넘 데뷔 초기인 그가 방심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 골 넣고 팬심 잡고 언론의 인정받고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 시대와 국가를 불문하고 통용되는 축구계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 점에서 손흥민은 그에게 가장 중요했던 첫 번째 임무를 멋지게 완수했다. 3경기 3골. 그 중 2경기(카라바흐와의 유로파리그,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프리미어리그)에서의 골은 그대로 팀의 승리와 직결되는 골이었다.

골의 중요성은 그의 토트넘 데뷔전이었던 선덜랜드와의 첫 경기 직후의 반응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선덜랜드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후반전에 교체아웃 된 직후 토트넘의 현지 팬들은 SNS 등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가라”, “저게 2200만 파운드짜리(약 400억 원) 선수인가”라는 식의 성토를 토해냈다.

그게 현실이다. 그는 ‘축구 종가’임을 자부하는 잉글랜드 리그에 거액의 이적료를 받고 들어간 아시아인이다. 인종차별을 배격하자는 운동을 매 시즌 벌이고 있는 EPL이지만(그것은 거꾸로 인종차별이 여전히 잉글랜드에 존재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잉글랜드 팬들의 눈에 손흥민은 분명 ‘축구 변방’ 아시아에서 온 공격수였다.

그리고 골이 터졌다. 그것도 꼭 필요한 순간에 터졌다. 카라바흐와의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주며 0-1로 끌려가던 전반전 토트넘의 코너킥 상황에서 팀의 동점골이자 자신의 토트넘 이적 후 첫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그로부터 불과 3분 만에 추가골을 터뜨리며 팀의 3-1 역전승을 이끌었다.

유럽의 모든 축구 클럽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리그 경기다.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면 ‘카라바흐는 워낙 약체라서 골을 넣은 것이다’라는 비판이 뒤따를 수도 있었다. 그 경기에서 손흥민은 후반 23분에 이 경기의 유일한 골이자 결승골을 터뜨리며 소속팀에 귀중한 승점 3점을 안겼다.

골이 터지자 팬심과 잉글랜드 언론의 인정은 저절로 따라왔다. 토트넘 경기장을 찾은 홈 관중 중에는 한국에서 온 기자에게 “손흥민은 우리의 영웅이다”라고 말하는 팬도 있었고, “손흥민이 우리 클럽에 행운을 가져다줬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팬도 눈에 띄었다. 가장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TV 화면으로는 느끼기 어려운 현장의 분위기다. 손흥민이 볼을 잡을 때면 경기장이 순식간에 뜨겁게 달궈지는 것이 현장의 소음, 팬들의 표정을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잉글랜드 언론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기자가 토트넘 프레스룸에서 만난 잉글랜드의 저명한 기자 헨리 윈터(2012년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스포츠 기자’ 선정)는 “손흥민은 이미 잉글랜드 축구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는 대담하고 모험적인 토트넘 스타일 축구에 잘 어울린다. 나는 그가 토트넘의 스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실적’보다 ‘태도’가 더 좋았다공격수는 골로 말한다. 말하자면 골이 곧 ‘실적’인 셈이다. 잉글랜드 축구계에서는 흔히 부진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의 경우에 그의 이적료(예를 들자면 3000만 파운드)를 그가 출전한 경기수로 나눠(예를 들어 20경기) “○○구단은 이 선수의 한 골에 150만 파운드를 지불한 셈”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매 경기를 직접 현장에서 또 TV를 통해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골 이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있다. 그 선수의 ‘태도’다. 그 선수가 얼마나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가, 전력을 다해 뛰고 있는가 하는 것들이 팬들의 눈에 다 보인다. 그리고 손흥민은 바로 그 점에서도 그가 골을 넣은 것 이상으로 잘했다.

손흥민은 기자가 현장에서 지켜본 두 경기, 즉 카라바흐전과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나란히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상대팀 골키퍼에게까지 뛰어가서 수비수 및 골키퍼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는 그의 그런 압박 때문에 황급하게 볼을 걷어내려던 골키퍼의 골킥이 손흥민에 맞아 골문 쪽으로 다시 튕겨져 들어오는 장면도 있었다.

바로 그런 점들이 골 이외에도 팬심을 사로잡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손흥민이 보여줬던 투지와 성실함, 엄청난 활동량은 잉글랜드 축구계가 가장 잘 기억하는 한국의 축구인 박지성을 연상시키는 점도 있었다. 마치 폐가 3개 달린 사람처럼 그라운드의 모든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는 성실한 플레이로 잉글랜드 리그 최다 우승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 동안 활약하며 현지 팬들의 사랑을 받은 박지성의 그 모습이 손흥민에게서도 보였던 것이다. 3경기 3골을 넣은 선수가, 골만 넣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니 팬들로서는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손흥민이 보여준 또 하나의 진가는, 크리스탈 팰리스전이 끝난 직후에 나왔다. 후반전에 교체 아웃돼 벤치에 앉아있던 손흥민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곧바로 그라운드로 나가 경기를 마치고 벤치로 돌아오는 동료 선수들을 일일이 안아주며 승리를 만끽했다. 그 장면을 관중석에서 지켜본 리차드라는 한 토트넘 팬은 기자에게 “쏜(Son·손흥민의 애칭)이 동료들을 한 명 한 명 다 안아주는 거 봤어요? 우리 토트넘 팬들은 그런 모습을 정말 좋아합니다”라며 손흥민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 성적표는 ‘A’, 전망은 ‘밝음’

가장 중요한 골을 넣었고, 마찬가지로 중요한 팬들의 마음을 얻었고, 못 받으면 갈수록 피곤해지는 잉글랜드 언론의 인정을 받았다. 이 모든 게 단 3경기만의 일이다. 손흥민에게 ‘A’ 성적표를 주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전망도 밝다. 2경기 연속골로 자신감이 붙었고, 토트넘 홈팬들은 이미 그를 사랑하고 있으며 언론도 그에게 호의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그에게 남은 과제는 ‘잘나갈 때 더 잘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에게 가장 필요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 꾸준함이다. 첫 경기 종료 후 받았던 비판이 금세 찬사로 바뀌었듯, 그가 이후에 좋은 활약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칭찬이 비난으로 돌변할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그가 지금의 현지 반응에 방심하지 않고, 꾸준함만 이어갈 수 있다면 헨리 윈터 기자의 말처럼 그가 토트넘의 스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영국 런던=이성모 스포츠서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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