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기후 적응, 이제 ‘죽느냐 사느냐’ 문제
20명이 넘는 인명피해를 낸 호주 동부 지역 홍수와 같은 기상이변에 적응하는 것은 이제 '삶과 죽음'의 문제이다. 극한기후 적응, 이제 ‘죽느냐 사느냐’ 문제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퀸즈랜드와 NSW를 할퀴고 간 수마(水魔)는 비극적인 인명피해 뿐 아니라 엄청난 재산피해를 냈다.  캔버라대학 바바라 노만 도시・지방계획과 교수는 The Conversation 기고문 ‘The floods have killed at least 21 Australians. Adapting to a harsher climate is now a life-or-death matter’을 통해 다시 한번 호주가 자연재해에 대비하지 못해 호주인들이 이로 인한 엄청난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고 개탄하며 호주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조처를 제시했다.

바바라 노만 교수는 기후변화적응・탄력 연구 네트워크(Climate Change Adaptation and Resilience Research Network, CCARRN) 의장이다.

과학자들은 올해 홍수가 직접적으로 기후변화와 관련돼 있는지 분석하고 있으며 분석에는 몇 주가 걸리기 때문에 아직 인과관게를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서 이러한 자연재해가 더 자주 발생하고 정도도 더 심해진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호주는 2019년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서 54개 국가 중 꼴찌였지만 지난 해 말 연방정부가 새로운 기후탄력 및 적응 전략을 발표할 때 정부의 의지를 보여줄 기회가 한 번 더 있었다. 노만 교수는 그러나 이 전략에 새로운 정부 지원이나 구체적인 행동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스카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퀸즈랜드와 NSW에서는 2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브리즈번과 시드니 등 대도시 주민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대피했다. 노만 교수는 정부 모든 차원에서 지역사회가 기상이변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처에 긴급히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이번 홍수에서 볼 수 있듯이 호주인들의 목숨이 정부의 긴급한 행동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호주 정부가 미래 홍수의 위험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진: NSW SES

호주 정부, 기후변화 위험 대비 가장 기본적 대책 결여

2월 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보고서는 기후위기가 점점 심화되면서 증가하는 자연재해의 위험에 대한 수 많은 경고 중 하나에 불과하다. 호주 정부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모르고 있지 않다. 지난해 11월 글라스고 기후회의에서 출범한 새 ‘전국기후탄력・적응 전략 (National Climate Resilience and Adaptation Strategy)에는 호주 정부가 위험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나타나 있다.

전략에는 “전지구적 기온이 오르고 기후에 대한 다른 변화가 증가하면서 호주는 기상이변, 화재와 홍수와 같은 더 잦고 심각한 현상 및 강우 패턴의 변화, 해양 산성화 및 해수면 상승과 같은 서서히 시작되는 현상에 직면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 전략 자체가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호주 전지역 지역사회가 당장 필요한 것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노만 교수는 전략에는 새로운 정부 예산이나 특정 사업이 담겨져 있지 않으며 도시 및 지방 주민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비하도록 도울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조처가 결여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노만 교수는 자신이 해변, 도시 및 지방계획, 기후변화 적응 분야에서 모든 정부 차원에서 광범위한 경험이 있고 개인적으로 2019-20년 검은 여름 산불로 4대에 걸쳐 유지했던 별장을 잃었다며, 호주가 기후변화로 인한 현재와 미래 피해에 대한 대비가 너무나 허술하다고 평가했다.

먼저 노만 교수는 연안 침식과 침수에 대한 국가해안계획, 기후탄력적 개발을 위한 국가적 도시 정책, 도시 및 지역 토지 이용 계획에서 기후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국가적 요건, 도시 및 지역 공동체가 현재와 미래의 기후 위험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가 지원 프로그램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정책과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호주는 한 때 기후적응에 선도적 역할을 한 적이 있었으나 지난 10년간 기후변화가 연방의회에서 정쟁의 도구가 되면서 이러한 모멘텀이 상실됐다.

홍수로 집을 잃고 수많은 퀸즈랜드와 NSW 주민들이 정신없이 대피하고 있을 때 연방정부가 악화되는 홍수 위기에도 48억 달러에 달하는 비상기금 중 극히 일부만을 사용했다는 것도 드러났다.

노만 교수는 정부의 이러한 태도로 인해 우리 지도자들이 지역사회가 자연재해에서 복구하고 적응하는 것을 돕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인지 호주인들이 의심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번 홍수는 브리즈번 뿐 아니라 광역 시드니 지역까지 덮쳤다. 사진: QFES
침수지역으로 긴급구조대 출동이 너무 늦어 자발적인 지역 주민들의 도움으로 구조된 호주인들이 많아 자연재해시 정부 대응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사진: QFES

종합적 기후위기 대처계획 시급

그렇다면 호주정부가 앞으로 다가올 천재지변에 대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노만교수는 지난 수십년간 다양한 기관과 분야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결책 몇가지를 요약했다.

먼저 종합적인 국가적 기후행동계획이다. 여기에는 주정부, 지방정부, 산업계가 지역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대비하도록 사업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전국연안전략이다. 강가와 해변가 지역사회는 기후변화 하에서 악화될 폭풍, 홍수, 산불에 특히 취약하다. 지난해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역사회에 맞춘 기후변화 계획 필요성을 정리했다. 여기에는 전 정부에 걸쳐 해양 및 해안 관리를 조정하는 연방정부 차원의 기관이 포함된다.

또한 도시계획 입법과 계획을 검토해야 한다. 계획 전문가들을 포함해 여러 관계자들은 건설 환경에 대한 일상적인 결정을 내릴 때 기후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이는 재난 위험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보다 지속 가능하고 쾌적하고 건강한 도시 및 지방 공동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결정에는 녹색 건물과 물순환관리형 도시 설계에 대한 투자 뿐만 아니라 새로운 주택 개발을 어디에 할 지도 포함된다. 또한 미래의 위험을 포함하는 도시 및 마을 계획을 준비하기 위해 범람원이나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처럼 위험에 처한 지역사회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기관간 더 강력한 연계도 필요하다. 노만 교수는 기후탄력적 지역사회 계획을 준비하는데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비상관리, 기후과학자, 토지사용 계획가 간에 더 큰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식이 공유되고 모범사례가 유지되도록 기관간 소통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이러한 대책에는 무엇보다 정부가 연구와 지역사회 계획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만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기후위험을 더 잘 이해하고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최첨단 응용연구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후탄력적 도시개발과 장기적인 적응 계획을 통해 취약 지역사회를 지원하기 위해서도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지구온난화로 자연재해 증가 현실 직면해야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호주 지역은 산불과 홍수, 코로나19에 이은 또 한번의 홍수 등 자연재해에 시달렸다. 특히 산불과 홍수를 겪은 지역 주민들은 당연히 지쳐있고 정부의 더 많은 지원을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가능한 지구 기후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탄소배출 감축에 지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호주에서 자연재해가 악화될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지구 온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생존하고 최대한 현재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정부가 지원하는 도움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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