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반도 평화 비관론자에서 격려하는 친구 될 수 있을까? <br>[4] 한반도 평화로 한걸음 – 호주정치와 한인사회](https://koreantoday.com.au/wp/wp-content/uploads/2019/12/Pr-Trum-Morrison-Ohio-640x300.jpg)
- 한반도는 ‘평화 프로세스’ 시작, 호주는?
- 남북한을 바라보는 호주의 시각 – ‘냉랭’과 ‘미지근’
- 호주언론의 북한 ‘틀짓기’
- 한반도 평화로 한걸음: 호주정치 그리고 한인사회의 역할
3.1운동-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호주 여론을 형성하는 호주 주류 언론, 여론, 정치권의 시각을 분석해, 호주 한인 동포사회가 고국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기획 연재 기사 ‘호주, 한반도 평화 비관론자에서 격려하는 친구 될 수 있을까?’를 준비했다.
1부는 2017년 ‘베를린 구상’ 발표를 전후한 남북한 관계와 이에 대한 호주 정부 반응과 언론 보도를 요약했다. 2부는 로위연구소가 2005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로위연구소 여론조사(Lowy Institute Poll)’와 2017년 초부터 남북한 평화 관련 호주 정부의 반응을 통해 남북한에 대한 호주 여론과 정부의 태도를 분석한다. 3부에서는 북한을 보도하는 호주 주류 언론 기사를 분석한 시드니 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UTS) 브론윈 달튼 (Bronwen Dalton)·정경자 교수를 포함 4명이 공저한 연구 보고서 <‘Framing and dominant metaphors in the coverage of North Korea in the Australian media>을 중심으로 호주 언론의 북한 보도 시각을 살펴본다. 마지막 4부에서는 마지막 4부에서는 북한 전문가 인터뷰와 학계 보고서를 통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호주의 역할과 한인사회의 건설적 역할을 모색한다.
이번 기획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재외동포언론사 지원사업을 통해 기획됐다.

“호주는 비핵화보다는 평화구축에 초점을 맞춰 긴장 완화를 목표로 하는 접근방식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을 바꾸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 일단 대화가 재개되면 긴장 완화를 지지하고 궁극적으로는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여러가지 정책적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 어떤 정책 방안 로드맵 내에서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가 안보와 정당성을 위해 핵무기에 부여한 중요성을 고려할 때, 비핵화는 기껏해야 장기적인 포부로만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언뜻 구름 잡는 이상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젊은 민간인 학자의 주장 같이 들리는 위의 글은 호주군사학교 국방전력연구소(Centre for Defence and Strategic Studies)에서 펴내는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Indo-Pacific Strategic Papers) 중 하나인 ‘What are the potential policy options for Australia in dealing with a nuclear-armed North Korea (핵무장한 북한을 다루는 호주의 잠재적 정책대안은 무엇인가?)’의 핵심 결론이다. 저자 알란 로렌스(Alan Lawrence) 호주 공군대령은 2017년 기준 공중전센터(Air Warfare Centre)내 정보전 참모부장으로 당시 호주국방대학 석사학위 과정 중 제출된 것으로 국방부는 학문적 특징과 호주의 주요한 지속적인 전략적 이해지역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다루고 호주의 정책이해관계와 관련된 분석과 평가를 제시하기 때문에 선택, 발간한다고 밝혔다.
로렌스 대령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도록 호주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며 단기적으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목표 정도로만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북미대화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요구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에 대해 인권 개선을 요구하며 대화의 문을 닫아 놓고 있었으며 북한에 대한 언급은 인권유린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강력한 비난 2가지 종류로 국한되어 있다.
2017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연설 중 미국이나 동맹국 방어를 위해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키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발언해 북미관계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을 당시 전 자유당수 존 휴슨 ANU 교수는 시드니모닝헤럴드 기고문을 통해 “호주가 국익을 위해 강력하고, 독립적인 외교정책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마리스 페인(Marise Payne) 호주 외교부 장관은 취임이후 12월 4일까지 보도자료 244건을 발표했지만 이 중 북한을 다룬 것은 단 4건에 불과하며 이 중 한 건은 3차 남북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믹타(MIKTA) 외교장관이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이다. 호주 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나머지 보도자료 3건 중 2건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강력한 비난, 1건은 한국과 일본 방문 발표이다. 최근 미사일 발사 후 페인 장관은 “미국과 한국이 보여준 북한과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추구”를 위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를 다시 촉구했다.
북한 비핵화 단기 달성 불가능, 장기적 정책 과제 돼야
로렌스 대령은 비핵화 문제에 대해 “북한이 지난 20년간… 비핵화 유도나 위협에 굴복하지 않았다”며 “동일한 방법을 활용하는 향후의 어떤 정책 고려도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대령은 이 중 한가지 분명한 방법은 미국이 주도하는 정책의 근본적 전환으로 그 출발점은 회담 시작 전에 북한이 비핵화 과정을 시작하라는 요구를 철회해야 하며 일단 대화가 시작되면 일관적이고 정기적으로 대화를 재개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화의 중심이 비핵화 과정이 아니라 평화를 이루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무장을 기정사실화하고 핵무장한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를 포함하는 정책접근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가 없다면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이 감소하며 이는 상호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북한 전문가 레오니드 페트로프(Leonid Petrov) 박사는 2007년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기 전 ‘호주는 과연 북한을 도울 것인가?’라는 글에서 호주-북한 관계가 “호주 쪽이 일방적으로 ‘핵무기 위기가 해결될 때까지’라는 조건을 걸어 정지한 상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그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전체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강대국, 한반도 평화보다 불안정한 현상유지가 더 비용 저렴
호주, 북한 대사관 설치 요구 거절하면 북한에 대한 외교적 영향 발휘 못해
페트로프 박사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러시아에 더 제재를 가하고 있는 냉전 재개 상황에서, 모스크바와 베이징은 미국-한국의 북한 비핵화 요구를 지지하는데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속되는 전쟁이 끝내기에는 너무 편리하고 너무 이롭”기 때문이다.
북한 시장경제와 여성문제, 탈북자에 대해 연구해온 또다른 북한 전문가 브론윈 달튼(Bronwen Dalton) UTS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달튼 교수는 강대국이 의지만 있다면 북한은 현재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주변국 모두 현상유지가 비용면에서 더 저렴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남북한 관계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 전문가는 호주의 대북한 정책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추종하는 것에 불과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페트로프 박사는 “호주가 북한과 관계에서 완전히 단절했으며 그 결과 평양에 대한 어떠한 영향력과 레버리지도 잃었다”고 평가했다. 북한과 호주간 외교관계 재개 후 지난 19년간 무역 및 외교 교류는 중단됐고 자연적으로 북한은 호주의 요구나 기대에 관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호주정부가 양자제재의 일환으로 북한 대표단에게 비자발급을 거부하기 때문에 민간교류도 없다.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전세계에 대서특필됐던 알렉 시글리 구금은 그나마 드문드문 북한을 방문하던 호주 관광객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박사는 스웨덴 협상단의 도움으로 시글리가 풀려난 상황은 북한에 대한 호주의 외교적 영향력 부재를 보여준 것이라고 봤다. 호주에서 북한의 대사관 재개설 요구를 계속 거절하는 한, 평양에 호주 대사관이 설치되지 않는 이상 대화와 그에 따른 영향력도 없게 된다는 것이다.
박사는 “캔버라 북한 대사관 폐쇄 이후 지난 10년간 노동당과 자유국민 연합이 모두 정권을 잡았지만 게속되는 북한에 대한 불간섭 정책은 초당적이고 비전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호주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미국이 하고 있는 일을 반복할 뿐”인데 미국 정부의 입장은 한국전쟁을 서둘러 끝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박사에 따르면 “호주 언론은 호주 정부가 하는 말을 반복하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태도는 무관심과 적대감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달튼 교수도 호주의 대북 정책이 “소극적이며 미국 외교정책에 따르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봤다. 휴슨 교수도 호주가 “미국의 입장이 무엇이든 이에 지나치게 빠져 있다”고 지적하며 호주의 “ 정치적 리더십이 단순히 미국에 굴종적으로(subservient)… 트럼프가 우리를 규정하도록 내버려두는데 그냥 만족해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호주가 외교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며 호주 자체의 국익을 생각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입장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주는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른 경수로 지원사업에 따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2190만 호주 달러를 지원한 바 있다. 또한 2000년 초까지도 세계식량기구와 기타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 및 북한 과학자를 포함한 기술자 교환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현재 눈에 띄는 유일한 북한관련 지원정책은 UTS 탈북 학생 장학금 지원사업이다. 달튼 교수는 정부에서 이 사업도 크게 홍보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페르로프 박사는 “워싱턴, 도쿄, 베이징, 모스크바와 마찬가지로 캔버라도 한국의 현상유지가 선호하는 선택지인 것으로 보인다”며 한반도에서 “계속되는 냉전은 현대사에서 최장 갈등을 끝낼 수 있는 기회를 남겨두지 않은 채 2020년 6월 70주기를 맞이한다”고 암울하게 전망했다.
‘불량’ 정권 북한에게는 제재만이 유일한 대응책이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제재의 끈을 절대 놓지 말아야 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대안은 얘기하지 않는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극단적 위협에서 세차례 정상회담까지 정책이 급변했다. 마지막 정상 회담 이후 현재 북미 관계는 교착된 상태이다.
호주 중견국과 힘 모아 미국정책 움직여야
한국계 정치가 연방정계 진출이 장기적 과제

달튼 교수는 호주가 중견국으로 최선의 영향력 발휘 방법은 다른 중견국과 힘을 모아 강대국을 움직이는 것으로 이 연장선상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국 정부와 협력해야 하지만 현재 호주 정부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가 외교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관심이나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달튼 교수는 한인사회가 호주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연방의회에 정치가를 배출하는 것이 제1 과제라고 강조했다. 달튼 교수는 특히 시드니 한인 동포가 지리적으로 집중되어 있다며 한국인 정치가를 권력의 장에 배출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인동포들이 고국인 한국에서 조직하고 민주주의를 이루어 냈듯이 호주에서도 민의를 대표할 막대한 능력이 있다며 “국가적 의제를 형성할 아주 유리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 한인동포들이 목소리를 내야 하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연방정계에 대표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전문가들은 호주가 미국과는 독립적으로 호주의 국익을 위해, 북한 인권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도 북한과 대화와 교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호주는 북-미, 남-북 간 대화에 박수는 보내면서 정작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위협이라고 스스로 반복해 비난했던 북한의 위협을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대화’를 계획조차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4회 동안 돌아본 호주 정부의 북한에 대한 정책은 남북한 평화 정착에 대한 ‘무관심’으로 정리될 수 있다. 입으로는 아태지역의 중요성과 북한의 중대한 군사적 위협에 대해 말하면서 정작 이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호주 언론은 국제 통신사의 기사를 그대로 싣거나 호주 정부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등 독립적이거나 분석적인 시각이 거의 부재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호주 정부나 호주 언론에게 한반도 군사적 갈등은 발등에까지 번질 수 있는 불씨가 아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는 당장 추구해야 할 의제가 아닌 것이다.
미국과 호주 북한 전문가의 분석에는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로 한반도 전쟁이 들어있다. 전쟁은 호주와 주변 강대국 민간인에게는 강건너 불구경으로 호주 언론이나 시민에게는 이로 인한 비극적 참화에 비통해하는 정도, 파병군의 안전을 걱정하는 정도의 영향을 미칠 뿐이다. 물론 그로 인한 아태지역 경제적 피해는 가늠할 수 없다. 모든 전문가에게 현실에서 전쟁은 어떻게 해서든 피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이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한반도 전쟁은 한국에, 서울에 전쟁의 화마가 직접 닥친다는 뜻이고 한인동포에게는 재난적 현실이 된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갈등의 불씨가 그대로 남아있는 한 한국은 ‘영원한 안보 불확실성’ 속에서 ‘한반도 디스카운트’라는 경제적 손실을 계속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화’가 평화로 가는 유일한 현실적 길이라고 계속해서 주장해 왔다. 변하지 않는 대북 정책 부재를 유지하는 호주 정부에 한인동포가 한 목소리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해야 한다.
한국계 정치가를 연방의회에 보내는 것은 장기적인 과제이다. 한인사회가 단기적으로 호주의 대외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지역구 의원, 언론 투고를 통해서이다. 올해 초 연방총선을 앞두고 호주 최대 한국계 유권자 거주 선거구인 리드(Reid) 지역구 샘 크로스비 노동당 후보는 한인동포의 의견을 직접 듣는 ‘평화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물론 크로스비 후보의 낙선으로 이러한 모임은 지속되지 않았다. 당시 후보는 노동당 지도부도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한인동포보다 더 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각 분야에 포진해 있는 한국계 학자들도 논문과 호주 언론 기고문 형식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호주 정부의 주도적이고 독창적 정책을 촉구할 수 있다.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와 각종 단체에서도 연방정부와 지역구 정치가, 호주 사업가를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호주 정부에, 정계에 대북한 대화 노력을 촉구하고 재계에는 한반도 평화의 경제적 중요성을 거듭 주제로 삼아야 한다. 이미 살펴본 대로 ‘대화’ 외에는 전쟁의 위협을 없애고 평화로 갈 수 있는 길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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