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반도 평화 비관론자에서 격려하는 친구 될 수 있을까?<br>[3] 호주언론의 북한 ‘틀짓기’
언론전문가는 호주에서 북한을 핵무장 위협, 비이성적, 비밀스럽고, 전체주의적인 '정권'으로 "틀짓고" 있으며 이러한 시각이 지역 긴장을 오히려 고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한반도 평화 비관론자에서 격려하는 친구 될 수 있을까?<br>[3] 호주언론의 북한 ‘틀짓기’
  1. 한반도는 ‘평화 프로세스’ 시작, 호주는?
  2. 남북한을 바라보는 호주의 시각 – ‘냉랭’과 ‘미지근’
  3. 호주언론의 북한 ‘틀짓기’
  4. 한반도 평화로 한걸음: 호주언론, 여론, 정치 그리고 한인사회의 역할
3.1운동-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호주 여론을 형성하는 호주 주류 언론, 여론, 정치권의 시각을 분석해, 호주 한인 동포사회가 고국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기획 연재 기사 ‘호주, 한반도 평화 비관론자에서 격려하는 친구 될 수 있을까?’를 준비했다. 
1부는 2017년 ‘베를린 구상’ 발표를 전후한 남북한 관계와 이에 대한 호주 정부 반응과 언론 보도를 요약했다. 2부는 로위연구소가 2005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로위연구소 여론조사(Lowy Institute Poll)’와 2017년 초부터 남북한 평화 관련 호주 정부의 반응을 통해 남북한에 대한 호주 여론과 정부의 태도를 분석한다. 3부에서는 북한을 보도하는 호주 주류 언론 기사를 분석한 시드니 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UTS) 브론윈 달튼 (Bronwen Dalton)·정경자 교수를 포함 4명이 공저한 연구 보고서 <‘Framing and dominant metaphors in the coverage of North Korea in the Australian media>을 중심으로 호주 언론의 북한 보도 시각을 살펴본다. 마지막 4부에서는 언론계, 정치계, 한계 전문가와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호주의 역할과 한인사회의 건설적 역할을 모색한다.

이번 기획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재외동포언론사 지원사업을 통해 기획됐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작년부터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각각 세차례 만났다. 호주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기 전까지는 한국과 북한 지도자간 만남에 일부 전문가 외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듯 했다. 2018년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결정되고 북미 정상이 사상 최초로 싱가포르에서 마주보고 대화를 한 후 호주를 비롯한 대부분 영어권 언론 반응은 대부분 ‘평가절하’와 비관적 전망, 북한에 대한 불신이 지배적이었다.

이념적 방향성과 상관없이 호주 언론은 나인(이전 페어팩스), 뉴스코퍼레이션, 국영방송인 ABC까지 대부분 북한은 이전에도 대화를 하다가 중단하고 다시 도발을 반복한 ‘거짓말쟁이’이기 때문에 대화 상대로 믿을 수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로위 연구소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한은 호주인에게 가장 “냉랭한” 시선을 받아왔으며 실제 호주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국가와 협력해 군대까지 파견한 테러와의 전쟁 중심지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보다도 더 적대적인 감정의 대상이다. 2차 대전 중 실제 교전국가인 일본의 다윈 공습은 현충일이면 항상 기억하지만 호주인에게 일본은 가장 우방으로, 전략적으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가장 긴밀한 군사 공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실제 교전을 치르거나 적대적인 관계에 놓인 적이 없었던 북한에 대해서는 일반 시민이나 정부 모두 의심의 눈초리로 적대적인 자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시드니 UTS 대학 북한 전문가인 브론윈 달튼 (Bronwen Dalton)교수와 정경자 교수가 이끈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을 다루는 호주 언론은 북한을 위험하고 도발적이며 비이성적이고 비밀스럽고 빈곤하고 전체주의로 “틀짓는” 비유를 “무비판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다.

일반 대중은 언론을 통해 국익에 대한 이러한 신호를 받고 자신의 이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알아낸다. 달튼 교수는 북한의 충동성과 공격성에 대한 광범위한 집단 사고가 긴장을 빠르게 극적으로 고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과 국제갈등에 대한 기존 연구에 따르면 언론은 국제 분쟁 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분쟁 점화(conflict-priming)” 즉 분쟁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 미국 부시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 기간 동안 아랍 시민들을 “비인간화”한 것이 한가지 예이다. 연구자들은 이때 사용된 언어는 인간의 활동을 인간 이하의 행동과 동일시하는 “동물적 이미지의 형태를 띄었다”고 분석했다.

달튼 교수와 정경자 교수가 이끈 연구는 2010년 1월 1일부터 2012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호주 언론 중 뉴스 코퍼레이션 계열 전국 일간지인 The Australian, 나인(Nine) 그룹 소속 시드니 모닝 헤럴드(Sydney Morning Herald), 국영방송인 ABC의 북한 보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상업 방송보다는 2개 일간지와 ABC가 국제뉴스를 가장 많이 다루기 때문에 3개 언론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나인 그룹 소속 신문 중에서는 광역 시드니에서 발행되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발행부수가 가장 크다.

분석 결과 북한은 이들 3개 매체에서 국가나 정부로 지칭한 적이 거의 없고 대신 빈곤한 불량국, 비밀스러운 나라,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 전체주의 정권, 사악한 정권, 그리고 아시아 최악의 정권으로 묘사되었다. 물론 분석 당시 북한 지도자였던 김정일과 김정은은 종종 무자비한 사이코패스나 악마 같은 독재자로 불렸다.

연구진은 북한 보도에 나타난 지배적인 은유가 북한을 5가지로 틀지었다고 정리했다 – 군사적 위협(분쟁 은유); 예측불허, 비이성적이고 무자비 (정신병리학 은유); 고립되고 은둔형 (부랑아 은유), 잔인한 디스토피아(조지오웰식 은유); 빈곤(무능력 은유).

언론이 제시하는 이러한 은유로 대중은 북한에 대한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인식을 형성하게 된다. 언론이 이러한 은유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결국 북한 주민을 비인간화하는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달튼 교수는 갈등상황이 닥치면 이러한 비인간화는 인도주의적 책무보다 군사적 공격을 우선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핵만 세계평화에 위협

북한을 규정하는 여러가지 틀 중 가장 지배적인 것은 북한의 “핵무장”으로 이 연구에서 분석한 3개 언론에도 가장 자주 등장했다. 구글 뉴스에서 북한을 검색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언론은 경우에 따라 북한 핵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무시하는 전략을 쓴다. 다른 나라와 달리 북한 미사일 실험은 전세계의 관심거리고 실험이 실패했을 때는 조롱의 대상이, 성공하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망나니로 비난을 받는다. 호주 언론은 정확한 북한 핵무장 상태와 이에 대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위협 가능성을 자료와 근거에 기반해 전달하는 대신 주로 미국의 보수적인 연구소나 관료의 입을 빌려 북한의 핵무장을 가정하고 ‘핵 홀로코스트’가 올 수 있다거나 북한 핵탄두를 탑재한 로켓이 호주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선정적인 기사를 싣기까지 한다.

국제 핵무기보유 상태를 포함해 세계 무기, 군비축소, 국제안보에 대한 자료인 연감을 매년 발간하는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와 미국이 핵탄두 6500개와 6185개로 절대적인 핵무력을 자랑한다. 북한 핵탄도는 20-30개로 추산되며 중국은 290개, 인도와 파키스탄은 각각 130-140개, 150-160개를 보유하고 있다.

출처: 2019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연보 요약

달튼 교수 분석에서 드러난 또다른 주제는 북한이 마치 병적이거나, 자아도취적 장애를 겪고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더 많은 원조를 얻기 위해 관심을 구하거나 핵 보복을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2019년에도 이런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달튼 박사의 The Conversation 기고글 ‘Hermit kingdom, nuclear nation… If the media keep calling North Korea names, it will only prolong conflict (은자의 왕국, 핵 국가… 언론에서 계속 북한을 욕하면, 갈등을 연장할 뿐이다)’에서 인용한 오스트랄리안지 올해 2월 기사에는 북한이 미국에서 알짜를 받고 쓸모없는 것을 포기하는데 “달인”이라고 그려져 있다. 기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학교 마당에서 오늘 용돈을 상납하는 조건으로 내일 얼굴을 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학교 “불량배(bully)”에 비유했다.

같은 뉴스코퍼레이션 계열인 폭스 뉴스도 북한이 조작과 기만으로 로맨스를 포장하는 “왕자병” 환자라며 비슷한 단어를 사용했다. 기자는 김정일 위원장과 김일성 주석은 협력 보장을 약속한 다음에 약속을 어기는 방식으로 과거 공화당과 민주당을 망라해 미국 대통령을 속인 역사가 있다고 주장했다.

The Australian지 2013년 4월 10일 기사 ‘North Korea prepares to test medium-range ballistic missile as it closes border with China’는 북한 미사일이 호주에 도달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그래픽으로 생생하게 그렸다. 호주북단과 대륙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포동-2호는 시험/개발단계 은하 3호는 북한 최초 위성발사용 우수발사체로 간주된다. 출처: Bronwen Dalton, Kyungja Jung, Jacqueline Willis & Markus Bell (2016), Framing and dominant metaphors in the coverage of North Korea in the Australian media, The Pacific Review, 29:4, 523-547, DOI: 10.1080/09512748.2015.1022588

호주 언론에서 북한은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괴상하고 웃기고 취향이 과도한 폭군이 다스리는 고립되고 후진적인 국가로 묘사된다. 김일성 주석부터 김정은 위원장까지 북한 지도자는 뚱뚱하고 우스운 패션을 가지고 국민을 기아로 고통받게 하면서 자신들은 캐비어와 명품으로 치장하는 거짓말쟁이와 사기꾼으로 인식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의 동기와 역사에 대한 호주를 비롯한 서구 언론의 이러한 균형잡히지 못한 시각으로 호주인은 북한의 시각에 대해 사실상 무감각하게 된다. 호주 언론은 북한 지도자와 관리는 이성과 지성을 결여한 괴물이기 때문에 대화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이야기하고 당연히 북한측의 설명이나 시각은 외면한다. 물론 북한의 이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오해를 부추기는 상황은 호주와 동맹국가들의 북한에 대한 대응 방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상대방의 우려를 인정하는 것이 장기적인 갈등을 해결하는데 핵심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자세를 강화하고 견지함으로써 언론은 사실상 북한의 이익을 악마화해 외교적인 대화의 가능성을 봉쇄해 버린다.

따라서 비이성적이고 전근대적인 북한과 “문명화된” 서구가 상호 적대적 관계에 갇혀 회개나 파괴를 통한 상대방의 제거 이외에는 어떤 해결책도 배제되어 버린다. 그러나 균형잡힌 보도를 위해 언론이 자신이 미리 만들어 놓은 틀로 탈북자의 이야기를 가공하지 말고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가능한 그대로 전하도록 해야 한다.

호주언론에 등장하는 북한 일반 주민은 대부분 탈북자로 역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탈북 과정에서 겪은 끔찍한 이야기들이 다시 언론을 통해 전해진다. 달튼 교수는 탈북자의 인간적인 이야기 조차도 부정적인 은유에 얽매여 있다고 밝혔다.

달튼 교수는 호주 언론이 북한 주민과 지역사회의 삶을 보여주는 더 많은 기사를 통해 상당히 활기를 띄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러한 기사를 통해 북한 주민이 똑 같은 “인간의 얼굴”을 갖게 되어 호주인이 지금까지 호주 언론에서 무시나 공포와 관련된 언어를 사용해서만 그려온 북한에 대해 좀더 다면적이고 생동적인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튼 교수는 균형잡힌 저널리즘을 통해 북한을 보는 호주인의 시각을 바꿀 수 있고 북한을 김일성 일가 숭배에 헌신한 쇄뇌된 주민들이 사는 적대적이고 비이성적인 불량국가로 보는 경향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교수는 호주 언론이 북한 문제가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가 된 문제의 근원과 국제정치의 복잡성,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와는 다른 의견까지도 전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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