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외교부, “억류 보도 남성 가족에 영사 지원”

북한에서 거주하던 호주인 유학생이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ABC 뉴스는 서호주 퍼스 출신 알렉 시글리(Alek Sigley)씨의 친지가 주초 시글리씨 실종을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호주 가디안은 호주 남성이 “체포됐다”고 보도하며 한국과 일본 언론이 29세 알렉 시글리씨가 체포된 호주인이라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 중인 호주인 알렉 시글리 씨가 24일 늦게 혹은 25일에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27일까지 시글리 씨가 억류되었는지 여부는 호주와 북한 당국에서 확인하지 않은 상태이다.
호주 외교통상부는 해당 보도에 대한 질의에 이메일로 “북한에서 억류된 것으로 보도된 호주 남성 가족에게 영사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시급하게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 의무 때문에 이에 대해 추가적인 언급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글리 씨는 외국인 학생을 위한 북한 관광 전문 업체 ‘통일 관광 (Tongil Tours)’ 설립자로, 지난해 4월부터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현대조선문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퍼스 출신인 시글리씨 페이스북 프로필에 따르면 로스모인 고등학교(Rossmoyne Senior High School)를 졸업한 후 호주국립대학(ANU)에서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서강대에서도 한국어를 공부했다. 이 외에도 중국 푸단대학교, 리츠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학교에서도 공부한 것으로 나와있다. 지난해에는 평양에서 일본인 모리나가 유카씨와 결혼했다.
시글리씨가 운영하는 통일관광의 페이스북 마지막 게시물은 24일 오후(현지 시각) 시글리씨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공유한 것이다. 시글리씨 게시물은 평양 류경호텔에 새 간판이 걸려있는 사진과 함께 “개업 날이 다가오고 있는가?”라는 글이다. 그러나 27일 오후 시글리씨 페이스북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관광 웹사이트에는 여름언어학교 프로그램이 29일 시작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중국학자인 호주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시글리 씨는 지난 3월 호주 가디언지 기고글에서 유일한 호주인 북한 거주자로서 경험을 전했다. 시글리씨는 중국 유학 중 기숙사에서 북한 유학생들을 만나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유학생 비자를 가진 외국인 유학생으로 “평양에 거의 유례없이 (자유로운) 접근”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시글리씨는 자신이 평양에서 “아무도 따라다니지 않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며 “간혹 지역주민과 상호작용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곳 거의 어디에서나 쇼핑하고 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재 비즈니스 분석가인 톰 파우디(Tom Fowdy)씨는 호주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북한행 외국인 여행이 “절대 다수…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도 시글리씨 상황은 이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파우디씨도 북한여행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시글리씨를 알고 있다.
파우디씨는 시글리씨가 단순히 여행으로 북한에 며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북한에 사는 사람이라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시글리씨가 “트위터도 하며 칼럼도 쓴다”며 북한에 적대적이거나 정치적 견해가 아니더라도 북한이 “언론인과 통신원으로 여기는 사람들에 대한 아주 특정적이고 직접적인 적대심을 갖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시글리씨가 언론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에서 시글리씨의 사회관계망 활동을 언론활동과 비슷한 것으로 간주했을 수도 있다고 추측하며 “모두 추론일 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실히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시글리씨가 언론 보도 대로 실제 북한당국에 억류됐다면 호주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지난 2014년 기독교 선교사인 존 쇼트 씨가 억류됐다가 보름 만에 풀려나 추방됐다. 호주와 북한은 외교적으로 직접 대화 채널이 없는 상태이다. 캔버라 주호주 북한 대사관은 2008년 문을 닫았으며 2013년 북한당국이 호주에 대사관 재개설을 요청했으나 호주 정부에서 거절했다. 현재 대북한 관계는 한국 호주대사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북한내 영사 서비스는 평양주재 스웨덴 대사관에서 지원하고 있다. 평양 주재 호주대사관은 1975년 잠깐 개설됐으나 7개월도 지나지 않아 폐쇄됐다.
호주 정부는 북한 여행권고를 지난 1월 갱신하면서 “여행필요를 재고하라”는 기존의 권고를 유지했으며 27일까지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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