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산불로 숨진 야생동물 12억 마리 넘을 듯
산불로 호주 전역에 걸쳐 인명피해가 27명에 달한 가운데 야생 동물 피해는 12억 5000만 마리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된다. 호주 산불로 숨진 야생동물 12억 마리 넘을 듯

산불로 호주 전역에 걸쳐 인명피해가 27명에 달한 가운데 세계자연기금 호주지부(WWF-Australia)는 산불로 목숨을 잃은 야생 동물이 12억 5000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산불로 호주를 대표하는 캥거루, 월러비, 유대하늘다람쥐(glider), 쥐캥거루(potoroo), 앵무새, 꿀빨이새를 비롯한 다양한 호주 야생동물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산불이 꺼지기 전에는 피해 지역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 전모는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드니대학 크리스 딕맨(Chris Dickman) 생명환경학부 교수는 NSW에서 발생한 산불로 죽은 동물이 8억 마리 이상, 전국적으로 10억 마리 이상이 산불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몇 주 전 딕맨 교수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NSW 산불로 동물 4억 8천만 마리가 직간접적으로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산불이 해를 넘기면서 계속되며 오히려 확대되는 상황에서 교수는 8일 이 수치를 8억 마리로 수정하고 전국적으로는 10억 마리가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딕맨 교수는 미국 국립공영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규모와 속도 면에서 이번 참화와 견출만한 것이 없다며 “지리와 영향을 받은 동물 개체라는 면에서 엄청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교수는 호주 “생물 다양성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감소해 왔다”며 “호주가 포유류 멸종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것은 상당히 잘 알려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는 이번 산불과 같은 사건이 여러 다른 종에게도 멸종 과정을 촉진시킬 수 있다며 “아주 슬픈 시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기후변화의 영향”

시드니대 크리스 딕맨 교수

교수는 또한 현재 호주가 겪고 있는 산불 참사가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호주가 “기후변화 영향이 가장 심하게 가장 일찍 나타나는 탄광속 카나리아라고 한다… 아마도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 첫단계가 세계 다른 지역에서 어떤 모습일지 현재 호주에서 보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탄광속 카나리아는 189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영국 탄광에서 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이용해 독가스 존재 여부를 시험한데서 나온 말로 호주가 기후변화의 실험장소 같다는 말이다.

과학자, 기후변화 논의-정책결정에 포함돼야

딕맨 교수는 또한 호주에서 환경과학자와 생태학자들은 기후변화를 둘러싼 논쟁, 특히 정책결정에서 외면당한다고 느낀다고 언론과 정부의 태도를 꼬집었다. 교수는 이번 산불을 계기로 “앞으로 수십년간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인류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생물다양성을 최대한 많이 유지할 수 있는지 생각하도록 과학자들을 (논의의) 장으로 다시 불러들일 때”라고 강조했다.

산불로 목숨을 잃은 동물 뿐 아니라 부상 당하거나 생존한 동물도 안전하지 않다. 딕맨 교수는 먼저 달아나거나 지하로 숨어 들어 산불에서 살아남은 동물이 돌아와도 그 지역에는 이들을 지탱할 자원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동물은 야생 고양이나 붉은 여우 같은 외래 포식자들의 희생양이 된다. 산불이 없는 지역으로 피할 수 있는 새나 동물도 이미 그곳에 살고 있던 동물과 경쟁에서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고 짧은 시간에 죽는다.

더못 오고먼(Dermot O’Gorman) 호주 WWF 대표는 많은 삼림이 회복하는데 수십년이 걸리며 많은 종이 멸종위기에 놓였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고먼 대표는 이번 산불로 인한 막대한 파괴에 “경악”한다면서도 지난 10년간 과학이 이러한 비극이 일어날 것을 경고해 왔기 때문에 놀랍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호주가 “산불의 땅”이지만 이번 여름 “유례없는 초대형 화재는 정상이 아니다”라며 비록 기후변화가 직접 산불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훨씬 더 악화시킨다”고 강조했다.

호주 WWF는 야생동물 손실에 대한 과학적 평가를 발표할 계획이라며 정부에 산불 피해지역내 신속한 멸종위기종 평가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호주 WWF는 불길이 꺼진 후 2030년까지 나무 20억 그루를 보존하고 기르는 ‘Towards Two Billion Trees 계획’을 통해 코알라와 야생동물 서식지를 복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은 핵심 코알라 서식저에 당장 필요한 나무 1만 그루를 심는 것으로 시작한다.

야생동물 10억 마리 죽음도 보수적 추정

실제 폐사율 훨씬 높을 것

딕맨 교수와 호주 WWF 야생동물 피해 수치는 NSW 토지개간이 호주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2007년 호주 WWF 보고서를 기반으로 했다.

보고서 저자들은 NSW 주 야생동물에 미치는 토지 개간의 영향을 계산하기 위해 NSW주내 포유류, 조류 및 파충류의 서식밀도 추정치를 얻은 다음, 밀도 추정치에 개간 지역크기를 곱했다.

밀도 추정치는 NSW내 해당 동물 집단에 대해 발표된 연구와 NSW주에 존재하는 것과 유사한 호주 다른 지역 서식지에서 수행된 연구를 통해 얻었다.

딕맨 교수는 보고서 저자들이 의도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추정치를 계산에 사용했다며 이번 산불로 인한 실제 폐사율은 추정치보다 상당히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상치 계산에는 포유류(박쥐 제외), 조류, 파충류만 포함되어 개구리, 곤충 및 다른 무척추동물은 제외됐다. 호주는 토종 포유류만 300종 이상으로 풍부하고 놀라운 다양성을 자랑한다. 그러나 지난 200년간 토종 및 아종 포유류 34종이 이미 멸종되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손실률이다.

오고만 대표는 이번 산불이 아직 끝나려면 멀었으며 지난 세기 최악의 야생동물 재난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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