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1%만을 위한 멜번분관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
3.1절이 한참 지난 20일 멜번 분관에서 개최한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가 멜번 한인동포 2만 여명 중 150명만을 초청한 만잔... 한인 1%만을 위한 멜번분관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

양대 노인회와 ‘평화의 소녀상’ 단체는 초청도 안해

문재인 대통령의 제100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는 “100년 전 오늘, 우리는 하나였습니다”로 시작한다. 그러나 멜번분관은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에서 멜번 한인동포를 1%와 나머지 99%로 나누었다.

지난 20일 멜번분관은 자체 부제인 ‘또다른 100년, 새로운 희망’과 고국 정부 표어인 ‘국민이 지킨 역사, 국민이 이끌 나라’를 주제로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시내 RACV 시티 클럽에서 초대 인사 150명만을 대상으로 열린 기념행사는 한인사회 일각에서 2만여명에 달하는 빅토리아주 한인 동포를 아우르지 못한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념행사에는 총영사관에서 초대한 한인동포 150여명이 참석했고, 이중 대다수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한인 차세대 청년층이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또한 기성 한인사회에서는 한인회 유관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후 멜버너 김로로라는 유튜버가 올린 영상에 따르면 좌석배치는 ‘동포 언론인’, ‘한글학교 10년 근속교사,’ ‘한인회,’ ‘여성단체 A,’ ‘민주평통,’ ‘ 예술분야 영리더,’ 제목 없이 테이블 번호만 명기된 ‘7,’ ‘지상사 대표,’ ‘여성단체 B,’ ‘바리스타 영리더,’ ‘대학교수,’ ‘옥타/상공인협회,’ ‘비즈니스 영리더,’ ‘ 멘토그룹,’ ‘유학생/워홀러 대표,’ ‘한글학교 교사회 외,’ ‘영사관,’ ‘영상 크리에이터 영리더,’ ‘퍼포머’로 나뉘어 있다.

순서지와 기념식 참석 동포 다수에 따르면 백광석 영사의 사회로 진행된 기념행사는 고국 정부에서 제작, 배포한 독립선언문 영상, 김성효 분관장의 문재인 대통령 3.1절 기념사 대독, 빅토리아주 한인회 관련 영상 상영 및 멜번저널 김은경 편집장의 빅토리아주 한인역사 설명, 태권도 시범, 현악 4중주 연주, 소프라노 공연으로 이루어졌다. 빅토리아주 한인역사를 설명하는 도중 현재 한인회관이 심각한 부채문제를 안고 있다는 현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번 행사를 통해 멜번 한인사회에도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백영석 영사는 멜번 한인사회에서 오랫동안 음악협회 활동을 해온 음악가 김경혜씨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참석자 중 1명이 프라임 메디컬센터 의사 이경씨도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고 알렸다. 멜번분관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을 준비하면서 독립운동가 후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Korean school teachers awarded
재외동포재단 수여 장기근속 한글학교 교사 표창장 수여자

행사 중간에는 10년 이상 한국어 학교에서 근속한 교사를 대상으로 재외동포재단에서 수여하는 장기근속 한글학교 교사 표창장 전수식이 열렸다. 근속 표창장은 멜번한국어학교, 웨이블리 한글학교, K스쿨 교사인 김경운, 김경자, 백옥주, 이재윤, 조정란, 최명숙, 한유미, 황인야 교사가 받았다.

멜번분관은 분관 웹사이트 공관장 활동사항을 통해 “우리 공관이 정한 ‘새로운 100년, 또 다른 희망’이라는 부제에 어울리도록 많은 젊은층들이 참여하고 호응하여 주셔서 또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민 세월의(원문대로) 긴 장년층에게는 잊혀져가는(원문대로) 나라사랑의 불씨를 되살렸고, 어린 이민세대에게는 모국과의 유대감과 정체성을 느끼게 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자평했다.

Magic show Mar 1 Independence Movement centennial anniversary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 순서로 포함된 마술쇼

“다양한 연령대 참여 의미” 의견도

참석자들 중에서는 다른 한인행사에 비해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해서 좋았다는 평가도 있다. 30대 참석자 중에는 영상을 통해 몰랐던 한인사회 역사를 알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한인사회에서 기존에 봉사하던 동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이상했다고 전해온 참석자도 있다. 일부에서는 오랫동안 한인사회를 위해 힘써 온 전임 회장단도 초대하지 않은 멜번분관의 기념식 초청 기준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멜번분관 초청 명단에는 전쟁중 성범죄 재발방지를 위해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리는 ‘멜번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멜소위)’와 양대 노인회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역대 한인회장 모임인 자문위원회 회장도 기념식 초청명단에서 누락되어, 한인회관 정상화 대책준비위원회에서 멜번분관에 초청해 줄 것을 요청하는 해프닝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국과 시드니는 ‘국민참여’, ‘함께 만드는 100년’ 취지 열린 행사

고국에서는 올해 3.1 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기획, 주최하며 무엇보다 ‘국민참여’와 ‘함께 만드는 100년’을 강조했다. 행사에는 공개적으로 참가 신청을 받아 신청자 중에서 행사 참석자를 선정해 통지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고국 100주년 사업 웹사이트에는 준비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에 대한 소개가 사진과 함께 공개되어 있다. 문 대통령은 2월 25일 “당신은 어디에 계시겠습니까?”라는 영상을 통해 광화문에서 열리는 3.1절 100주년 중앙기념식 참여를 독려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멜번 한인동포는 초대장이 없이는 3.1운동 기념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시드니에서는 주시드니 총영사관과 광복회 호주지회가 협조하여 전 한인동포를 대상으로 한인회관에서 이민 2세대와 1세대가 어우러지는 기념행사를 열었다. 광복회는 사전에 한인 2세대를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독립선언서 낭독자를 선정하는 행사를 따로 열기도 했다.

이러한 고국과 타지역의 투명하고 참여적 행사와는 정반대로 멜번 분관은 준비부터 행사 초대까지 불투명으로 일관했다. 준비과정에는 멜번분관에서 모은 여러 한인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에서는 준비과정에 참여한 한인들에 대한 정보를 멜번분관에 요청했으나 27일까지 분관에서는 이에 대해 아무 답도 하지 않은 상태이다. 본지 취재 결과 총영사는 행사 준비 처음부터 전체 한인을 위한 행사가 아닌 ‘갈라 디너쇼’를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체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한 기념식은 처음부터 총영사관의 계획에 없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멜번 한인사회에서 1만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차세대 젊은 층 중 초대된 청년은 100여명에 불과하다. 본지에서는 초대인사 선정 기준도 멜번 분관에 요청했으나 역시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차세대 참여라는 허울 아래 멜번 한인사회에는 공개하지 않은 공관 ‘내부자’들이 중심이 되어 선정한 한인 150여명을 행사에 초대하고 나머지 1만 9850여명은 배제한 ‘0.75%’만을 위한 화려한 3.1 운동 기념행사가 된 것이다.

한민족 온겨레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궐기한 항일 독립운동과 온겨레의 독립염원을 이루기 위해 수립한 임시정부를 기념하는 3.1 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행사를 멜번분관은 ‘초대받은 1%를 위한 갈리 디너쇼’로 전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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