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테니스 전설 마가렛 코트, 호주 최고 훈장 서훈
호주 테니스 전설 마가렛 코트의 최고 등급 호주훈장 수여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호주 테니스 전설 마가렛 코트, 호주 최고 훈장 서훈

코트 성소수자 차별 발언이 “호주 분열”

호주인의 업적을 국가 차원에서 기리는 가장 큰 상인 호주훈장(Order of Australia)이 올해 호주의날에도 논란거리가 됐다. 올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한 인물은 지난해 1월에도 호주 뉴스를 도배했던 호주 테니스의 전설 마가렛 코트(Margaret Court) 여사이다.

올해 호주의날 코트에게 호주 최고 훈장인 훈작사(勳爵士; Companion of the Order of Australia, AC) 수여 사실이 호주의날 전주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지자 정계, 동성애 관련 단체에서 먼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코트 여사는 1960년 호주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1973년까지 그랜드 슬램 여자 단식 24회, 복식 19회, 혼합복시 21회 우승에 빛나는, 호주는 물론 세계적 테니스 전설이다. 테니스 선수로서 코트 여사의 업적은 전무후무하다.

논란은 동성결혼에 대한 코트의 공개적 반대 때문으로 카톨릭 신자로 성장한 코트는 1970년대 오순절 교회로 개종한 후 1991년 오순절 교회 목사가 됐다. 오순절 교회 목사로서 코트는 동성애자 권리와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데 그치지 않고 호주 국내 언론을 통해 동성애 문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코트는 1970년에는 남아프리카 인종격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거나 1990년에는 동성애 선수로 잘 알려진 나브라틸로바에 대해 “아이들이 동성애에 노출되는 것이 아주 슬픈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공개적인 언행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호주오픈에서는 1970년 그랜드슬램 우승 50주년을 기념해 테니스 전설이 1970년 받았던 우승 트로피 모형을 수여하는 기념식을 가지면서 다시 한번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호주 테니스 협회는 코트의 테니스 업적과 동성애에 대한 의견을 분리해야 한다며 코트 여사를 기리는 행사에 대한 비판에 맞섰고 호주 오픈이 열리는 멜번 공원내 마가렛 코트 경기장도 건재하다.

코트는 테니스 선수 전성기인 1967년 영국 훈장 MBE(대영 제국 훈장 구성원)를 수여받았으며, 1979년 국제테니스명예의 전당에, 1985년에는 호주스포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후 1998년 ‘전설’ 지위로 승격됐다. 이 외에도 많은 메달과 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에는 호주 훈공장(勳功章; Officer of the Order of Australia, AO)을 받은 데 이어 올해 호주 최고 훈장인 훈작사를 받은 것이다.

코트와 함께 올해 훈작사를 수여한 말콤 턴불 전연방총리는 가디언지와 인터뷰에서 다른 수상자의 적합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지만 자신이 동성결혼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훈장을 수여한 것에 비추어 “모순이 넘쳐난다”고 꼬집었다. 코트는 턴불 총리 시절인 2017년 동성결혼 합법화 우편투표에 앞서 동성결혼을 격렬히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다.

빅토리아주총리・서호주총리 코트 서훈 작심 비판

코트 여사가 호주 최고 훈장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동성애 관련 단체는 물론 대니얼 앤드류스 빅토리아주총리와 마크 맥가원 서호주총리가 서훈 자체를 비판하고 나섰다.

앤드류스 주총리는 서훈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코트 여사가 “특히 성소수자 사회를 동등하고 존엄성, 존경과 안전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보는 우리 나라 사람 절대 다수와 일치하는 의견을 갖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앤드류스 주총리는 호주 훈장 수훈을 결정하는 사람들에게 “수치스럽고, 상처를 주며, 생명을 희생시키는 그런 관점에 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코트 여사가 기독교 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서호주 맥가원 주총리는 “나는 특히 게이와 레즈비언에 대한 마가렛 코트의 의견을 공유하지 않는다”며 “추가 호주 훈장이 우리나라 전체에 알려지지 않은 영웅에게 가야하며 이런 사람들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케리 오브라이언(Kerry O’Brien) 전 ABC 기자는 코트에 대한 훈작사 서훈 결정이 “대단히 무감각”하며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이라며 호주의날 서훈을 거부했다. 오브라이언은 ABC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Four Corners’ 선임기자를 거쳐 뉴스분석 프로그램 레이트라인(Lateline) 사회자, 전국 7.30 리포트 에디터이자 사회자로 호주의 대표적인 언론인이다.

언론인 케리 오브라이언이 코트여사의 훈작사 서훈에 반발해 훈공장 서훈을 거부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 ABC 뉴스 갈무리

ABC 뉴스에 따르면 오브라이언은 24일 총독실에 서신을 보내 훈공장 서훈을 거부했다. 그는 서신에서 “너무나 대단히 무감각하며 분열시키는 결정”을 내린 같은 기관에서 서훈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마가렛 코트는 위대한 테니스 선수로 테니스 활동 시절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호주인들에게 전율을 주었지만 LGBTQ+ 사회의 근본적 권리와 관련한 그의 상처를 주고 분열시키는 비판은 많은 호주인들에게 분명히 혐오감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가렛 코트에게 자신의 신념을 표현할 자유가 있지만 코트에게 “이 상을 수여하는 결정은 대단히 무감각하고,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공동체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상에 대한 사회의 존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서훈을 결정한 호주훈장협의회(Council for the Order of Australia)를 비판했다.

코트에 대한 훈작사 서훈이 보도되자 캔버라 의사 클라라턱멩 수(Clara Tuck Meng Soo)는 2016년 받은 호주훈장 메달(OAM)을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수는 코트에게 훈작사를 서훈함으로써 “지난 몇년간 LGBTIQ 사회에 대해 (코트가) 한 아주 부정적이고 상처를 주는 발언을 지지하지는 않아도 묵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는 2016년 성소수자, HIV 환자, 약물의존자 대상 의료 활동을 통한 공로를 인정받아 호주훈장메달을 받았다. 2018년에는 호주 일반의로서는 처음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수는 마가렛 코트가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지만 코트가 “공인으로서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견해를 알리고 있으며 이러한 행동은 장려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주훈장협의회가 코트에게 호주 최고 훈장을 수여함으로써 “사실상 그들이 그러한 행동을 묵인하고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자신이 훈장을 반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수는 특히 마가렛 코트 서훈이 성소수자 사회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오히려 장려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소수자 청소년 가운데 자살율이 아주 높으며 이를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그들의 성 선택과 성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마가렛 코트와 같은 사람의 발언과 행동은 이들의 삶을 악화시킨다”고 호소했다.

훈작사 서훈, 너무 늦은 것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코트 여사는 훈작사 서훈이 오히려 늦어진 것으로 서훈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22일 서훈 사실이 알려지자 코트 여사는 협의회의 결정을 환영하며 자신은 동성결혼 비판 “의견을 바꾸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신념을 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에 아주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26일 3AW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자신은 “조국을 대표하는 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서훈 받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자신이 서훈을 받는 것도 몰랐지만 서훈 사실을 알았을 때 “매우 영광이었다”며 서훈 자체는 큰 문제가 없지만 오히려 “야단법석을 떤 많은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논란에도 마가렛 코트 여사의 1970년 우승 기념식을 강행했던 호주 테니스협회는 올해 호주 오픈에 코트 여사를 초대하지 않았다. 코트 여사는 “호주 오픈에 가지 않는다. 초대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지역사회 일로 너무 바빴다.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며 초대했어도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훈장이 논란이 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등교를 준비하던 부인과 세 자녀가 탄 차에 불을 질러 살해한 로원 백스터가 “지나치게 내몰렸을” 수 있다는 퀸즈랜드 경찰의 언급을 칭찬한 남성 인권운동가 베티나 안트(Bettina Arndt)가 수훈자로 선정되어 논란이 됐다. 안트와 진보  언론인 마이크 칼튼에 대한 수훈 결정이 2월 협의회에 재회부됐지만 훈장은 박탈되지 않았다.

호주훈장에는 4등급이 있으며 올해 최고 등급인 훈작사 수여자는 마가렛 코트 여사, 말콤 턴불 전총리와 셰릴 프래거 서호주 수학과 명예교수, 멜번 유대교 율법학자인 존 리바이 등 4명이다. 프래거 교수는 고등교육, 연구, 국제기구에 대한 기여와 과학・기술・수학 분야 여성 참여 공로로, 리바이는 종교간 이해, 관용과 협력 및 교육 발전에 대한 헌신을 인정받았다.

훈작사는 호주나 인류 전체에 탁월한 업적을 세운 개인에게 수여되며 인원은 35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훈공장은 호주나 인류 전체에 중요한 공헌을 한 개인에게, 훈장(勳章; Member of the Order of Australia, AM)은 특정지역이나 분야 또는 특정 집단에 공헌을 한 개인에게 수여된다. 훈공장은 140명, 훈장은 605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마지막 등급인 메달(Order of Australia Medal, OAM)은 특별한 공헌이 인정되는 봉사에 대해 수여되며 인원 제한이 없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서훈자를 결정하는 “독립적인 절차”가 있으며 호주 사회 전체에 걸쳐 “전 영역의 개인을 인정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호주 훈장 수여 후보자는 누구나 추천할 수 있으며 후보가 결정되면, 총독실에서 각 후보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 이 후, 각 주와 준주 대표 19명으로 구성된 호주훈장협의회에서 후보자들을 검토한다.

한인사회 관련 호주훈장 서훈자는 지금까지 모두 NSW주 한인사회 지도자로 한인사회나 한국전참전용사의 복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서훈자는 1989년 최영길 전시드니한인회장을 시작으로 이상택 목사(1995), 이경재 전시드니한인회장(2011), 이경규 시드니 한인노인공연단장(2013), 김태홍 전재향군인회 호주지회장 (2013), 승원홍 한인공익재단 이사장 (2019), 이용재 호주한인복지회장(2019)으로 모두 호주훈장메달(OAM)을 수여했다. 올해는 황백선(Bexon Whang) 고문이 한국전참전용사 복지에 기여한 공로로 호주훈장메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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