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과학 리포트] 3 <br>코로나19 왜 수퍼전파자가 많을까?
코로나19 비말(침방울)과 수퍼전파자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3 <br>코로나19 왜 수퍼전파자가 많을까?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신종 바이러스 예방·진단·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진행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코로나19와 질환의 원인이 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에 대한 과학 지식과 최신 연구동향을 담은 <코로나19 과학 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에 대해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등급인 팬데믹을 선언한 것은 1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1968년 홍콩 독감, 1만85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신종플루(H1N1)에 이어 세 번째다. ‘세계적 대유행’의 확산을 막기 위해 호주는 물론 전세계가 ‘임시휴업’ 중이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전파속도가 예상보다 빠른데다 감염자와 집적 접촉하지 않더라도 감염자의 물건(여권, 신용카드, 서류 등)을 만지는 과정에서도 전염의 위험이 있다.

비말 한 방울, 바이러스 10~100개 함유

감염자에게 나온 ‘바이러스 함유 비말’은 공기 중으로 2m가량 전파되는 동시에 각종 물체의 표면에서 수일간 생존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깨끗이 씻는다면 감염자라 해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타인에게 전파될 확률은 현저히 줄어든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이유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비말(droplet)’을 통해 주로 전파된다. 비말이란 기침이나 재채기, 말할 때 입에서 나오는 직경 5~6㎛(마이크로미터‧1㎛는 100만 분의 1m) 수준의 작은 물방울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기침을 한번 하면 비말 약 3000개가 나와 대략 2m까지 퍼져 나간다. 감염자의 경우 기관지와 폐에서 증식한 바이러스가 ‘바이러스 함유 비말’에 실려 주변 공기로 퍼져나간다. 감염정도, 증상 및 면역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비말 한 방울에 크기 60~14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10~100개가량 들어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감염자 치료는 음압병실에서 진행된다. 음압병실은 공기를 빨아들이고 필터로 바이러스를 제거한 후 대기 중으로 내보내는 특수병실이다. 감염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을 감염에서 보호하려면 필수적인 시설이다. 건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코로나19 감염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에 갈 때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무증상 상태에서도 전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람들이 밀집한 곳에서는 코와 입을 다 가리도록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야외나 사람들이 밀집하지 않은 곳이라면 마스크가 필수는 아니다.

감염자의 비말과 분비물(손의 땀)로 나온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숙주가 없는 무생물체에서도 한동안 생존한다. 3월 13일 의학 분야 학술논문 사전공개 사이트(medRxiv)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프린스턴대 연구진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에어로졸 상태에서 3시간, 구리 표면 위에서는 4시간, 종이상자에서는 24시간,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레스 철(즉, 문이나 자동차 손잡이) 위에서는 2~3일간 생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조가 유사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CoV)와 비교해 생존기간이 전반적으로 유사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프린스턴대 공동 연구진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생존기간을 분석한 결과, 물체에 따라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Viral Titer는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농도, LOD(검출한계)는 분석대상물질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 검출농도를 의미한다. [Doremalen et al., 2020]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이 결과를 보편화하기는 어렵다. 최장 5~9일까지 생존한다고 보고한 논문도 있다. 어찌됐든 휴대폰, 돈, 지갑, 옷소매, 손잡이, 승강기 버튼 등 감염자의 손이 닿은 접촉부위에 바이러스가 생존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루에 500여 번 이상 손으로 얼굴을 만진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손으로 자주 만지는 물체 역시 치명적인 전파 경로가 된다. 일상생활에서 손을 깨끗이 씻는 일도 중요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휴대전화, 동전, 신용카드, 컴퓨터 자판 등을 소독제나 세정제를 사용해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집단감염 유발하는 ‘수퍼 전파자’의 특징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전파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인 사스(SARS)와 메르스(MERS)보다 전파력이 높다. 무증상 감염자가 많은 것이 그 이유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유사하기 때문에 구분이 어려워 자신이 감염자라는 사실조차 인식하기 어렵다. 실제로 코로나19 초기에 많은 환자들이 감기로 착각하여 감기약을 복용한 뒤 정상 활동을 하면서 접촉자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바이러스를 타인에게 전파시킬 가능성이 같을까? ‘수퍼 전파자(Super-spreader)’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꼭 그렇지는 않다. 수퍼 전파자는 보통의 감염자보다 훨씬 많은 2차 접촉자를 감염시키는 숙주를 뜻한다. 수퍼 전파자를 설명하는 ‘20/80법칙’도 있다. 감염자 중 20%가 나머지 80%를 감염시킨다는 말이다.

2002년 사스(SARS) 사태 당시 수퍼 전파자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2003년 6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홍콩의 사스 사태를 조명한 여러 편의 논문을 함께 게재했다. 홍콩에서는 사스환자 1명이 평균 2.7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수퍼 전파자까지 고려한 결과는 놀라웠다. 미국 하버드대 등 공동연구진은 홍콩 사스 환자 201명을 분석했는데, 이중 81%는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감염자 가운데 5명은 2차 감염자 10명 이상을 발생시켰다.

지난 2015년 메르스(MERS) 사태 당시 우리나라 역시 수퍼 전파자의 위험성을 경험했다. 당시 60대 환자는 중동에 방문한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리지 않은 채 여러 병원을 방문했고, 이 과정에서 2차 감염 사례 29명이 발생했다. 2차 감염자 중 2명은 또 다른 106명을 감염시켰다. 국내 메르스 감염자의 약 75%가 수퍼 전파자 1명으로부터 파생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퍼 전파자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다.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자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수퍼 전파자가 많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무증상감염자가 자신이 감염된 줄 모르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서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배출하여 2차 감염자가 집단으로 발생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 감염 사례 역시 사람들이 밀집한 공간에서 전화 상담을 진행하던 감염자가 바이러스 함유 비말을 많이 배출하여 일어난 집단감염으로 추정할 수 있다.

런던 위생‧열대병연구소(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 연구진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수퍼 전파자의 특징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의 초기 연구결과를 지난 2월 27일 ‘란셋(Lancet)’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수퍼 전파자 9명을 선별해, 수퍼 전파자에 의한 2차 감염 대부분이 식사 중에 발생했다는 특징을 발견했다. 아직 더 많은 사례를 포함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코로나19의 진압을 위해서는 수퍼 전파자의 특징을 도출하고, 적시에 이들을 관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산모에서 태아로 수직감염 없지만 자연분만은 위험

지난 3월 6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감염 산모가 제왕절개로 신생아를 분만했다. 산모는 음압병동에서 치료 중이고 다행히 신생아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 중국 우한대 중난병원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 임산부 9명의 사례를 의학학술지 ‘란셋(Lancet)’에 보고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9명의 신생아 모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검출되지 않아 수직감염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신생아의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아프가 점수(Apgar Score)는 10점 만점에 8~10점으로 건강한 것으로 판명됐다.

중국의 경우 감염 산모 22명이 제왕절개로 분만한 신생아가 모두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 임산부들은 걱정이 매우 크겠지만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수직감염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즉, 임산부가 감염되더라도 태반을 거쳐 태아에게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태반은 태아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 산소 및 일부 호르몬 등을 산모로부터 선택적으로 통과시킨다. 반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등 바이러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병원균은 통과시키지 않는 장벽 역할을 해 태아를 보호한다.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의 경우 바이러스가 태반세포에서 증식하면서 태반장벽을 손상시켜 태아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태반장벽을 이루는 영약막세포(trophoblast)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수용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출혈과 분비물이 많은 자연분만은 금기사항이며, 분만 직후 산모와 신생아를 바로 격리해 비말에 의한 감염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또 임신 중 산모의 치료가 제한적일 수 있다. 코로나19 임상치료 관련 문헌을 분석해보면 렘데시비르(Remdesiver, 광범위 항바이러스제), 칼레트라(Fapilavir, 독감치료제), 클로로퀸(Chloroquine phosphate, 말라리아 치료제) 등이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쓰인다. 그러나 이 약물은 임산부의 태반을 통과하여 태아성장을 저해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의사의 주의가 필요하다.

IBS 외에도 국내외 과학자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올바른 정보전달을 위해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제작한 ‘코로나19 과학적으로 알아보기’, 오정미 서울대약대 교수가 쓴 ‘코로나19 배경, 예방수칙 및 치료제 개발 현황’, 세계보건기구(WHO)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합동조사단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중국에 다녀온 이종구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교수가 ‘주간건강과 질병’에 발표한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의‧과학자들이 내놓는 재빠른 분석 및 대처방안을 토대로 이 사태가 하루빨리 종결되길 바라본다.

글 |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분자의과학), 한동우 IBS 혈관연구단 연구원(내과 전문의)

편집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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