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구체적 행동 보여줘야”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가 하노이 정상회담은 실패가 아니며 호주 정부가 좀더 독자적으로 남북한 평화 진전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동포... “북한 구체적 행동 보여줘야”

평화통일 전도사 문정인 특보 시드니 강연

호주정부 한반도 평화 위한 중재자 될 수 있어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가 하노이 정상회담은 실패가 아니며 호주 정부가 좀더 독자적으로 남북한 평화 진전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동포 사회에서 호주 정부를 상대로 편지 쓰기 운동을 벌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정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 호주협의회 (지회장 형주백) 초대로 호주를 찾아 19일 시드니에서 동포사회를 상대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한 관계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18일 호주에 도착한 문 특보는 오전 8시 한국어 언론사 대상 조찬을 시작으로 오후 1시에는 NSW주 의사당 토크쇼, SBS 한국어 프로그램 특별대담, 저녁 7시에는 스트라스필드 동포 강연회까지 가히 평화통일 전도사라고 할 정도로 남북한 평화통일의 역사와 전망에 대해 현장감 있는 전문 강연을 이어갔다.

조찬부터 동포 대상 강연회까지 문정인 특보의 강연 내용은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한 분석과 북한과 미국의 입장 차이, 한국 정부가 제시한 비핵화 절충안이 중심이었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 2000년 남북정상회담부터 문재인 정부 평양 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한 유일한 인사로서 정상회담 막후 생생한 현장 이야기도 들려줬다.

Chung-in Moon Sydney
문정인 특보는 강연 후 강단이 너무 높다며 관객석으로 내려와 질문과 답변 시간을 이어갔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무엇보다 남북과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의 길이 결코 쉽지 않은 “변덕스럽게 위험한 오디세이”라고 규정했다. 2017년 북한의 핵실험과 트럼프 대통령이 UN 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미국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코피 전략”과 같은 극단적인 긴장상황에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베를린 선언과 3차까지 이어진 남북정상회담, 두차례나 직접 만난 북미 정상은 큰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과 북한 지도자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처음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까지 날아와 준 것이 ‘고마운 일’이라고 얘기했다.

교수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선언문이나 협의문을 나오지 않은 것은 미국 국내 정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회담 첫날 만찬 뒤 미국 언론 90%가 마이클 코언 트럼프 전 개인 변호사 하원 청문회 기사로 뒤덮혔고, 북미 정상회담은 10% 정도 밖에 차지 하지 못한 것을 보고 북한과 ‘빅딜’ 외에 어떤 합의도 미국 여론의 환영을 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해 ‘no deal’을 선택한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권력에 대해 우려하는 질문에는 미국 백악관 내에 ‘폼페이오-비건’방식과 ‘볼튼’ 방식이 서로 경쟁하는 것 같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문 교수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막후 조율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 면담시 보좌관들이 너무 이르다고 우려했으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클린턴, 부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한 이유가 당신 같은 보좌관들 말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미국의 ‘빅딜’은 북한이 핵, 화생무기, 미사일을 전부 검증 가능하게 영구 폐기하면 북에 대해서 관계 정상화, 평화 선언, 제재 완화를 해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북은 점진적 방식으로 먼저 영변 핵시설 완전 폐기를 조건으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중 민생 관련 5가지 제재를 해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 제안을 받지 않은 것이다.

문 교수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북한의 입장을 절충한 ‘good deal’로 미국이 요구하는 일괄타결(all for all)에 대해 북미 간 포괄적 합의 후 점진적 이행과 미북이 서로 수용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드는 것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문교수는 또한 일각에서 영변 핵시설이 노후된 시설로 폐기가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가짜 뉴스라고 말했다. 문교수는 영변 핵시설이 단순한 핵 생산 시설이 아니라 5메가 와트 원자로, 원료 생산 공장, 프로토늄을 추출해 내는 재처리 공장, 수소 폭탄을 만드는 삼중 수소 연구소, 농축 우라늄 시설을 포함 건물 400동 이상이 들어선 거대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방 과학자 중 거의 유일하게 영변 핵시설을 몇차례나 방문한 스탠포드 대학 지그프리드 헤커(Siegfried S. Hecker) 박사가 영변핵시설에 대해 북핵에서 70-80%를 차지해 “정점(crown jewel)”이라고 설명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헤커 박사는 스탠포드 대학 국제연구소 명예 선임연구원으로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장을 역임한 핵무기 분야 권위자이다.

Siegfrid Hecker
스탠포드 대학 핵 분야 권위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앞으로 전망에 대해 문 특보는 미국과 북한이 인내심을 갖고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미사일 발사와 같은 잘못된 행동이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전통적인 우방과 관계를 포함 외교적 성공사례가 북한을 제외하고는 하나도 없기 때문에 북핵 문제 해결하면 내년 대선에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자신의 재선을 위해 북핵문제를 과감하게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정치 타개를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문교수는 대화의 추진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가능한 빨리 남북 정상간 만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문교수는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정상회담 중 5월 1일 경기장 연설에서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습니다”라고 언급하자 청중들이 잠깐 머뭇거리다 박수갈채가 쏟아졋다며, 평양에서 과거 ‘비핵화’는 터부시 됐으나 이제는 누구나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문교수는 미국에서 특히 북한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북미간 진전이 있으려면 북한이 먼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문 특보는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 평화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금강산 관광은 단체로 뭉칫돈이 지불되지 않고 현재 호주나 중국 관광객처럼 개인관광식으로 진행하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 대상이 안 될 수 있지만 개성공단은 복잡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간 물자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 동포 “평화통일에 대한 지식 쌓고 공유…

호주 정부 강경 대북 제재 정책에 의문 제기해야”

시드니 동포 김은희씨가 평화통일에 “동포가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질문하자 문정인 특보는 몇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먼저 평화통일에 대한 지식을 쌓고 공유하고 특히 1.5세대와 2세대들과 나눌 것을 권했다. 또한 현재 호주정부의 대북 강력 제재 정책이 옳은지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현재 호주 정부 대북 정책이 미국과 같은 것이라며 과거 노동당 밥호크 총리와 폴 키팅 총리 정부 가레스 에반스(Gareth Evans) 전직 외교 장관 시절 국제사회에서 호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적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또한 동포사회에서 편지쓰기 운동을 통해 호주 정부에 압력을 가하면 호주 정부가 미국에 이를 전달해 미국 외교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민주평통 아세안 지역회의와 호주협의회에서 호주 주류사회에 현 제재조처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예외로 인정하는 당위성을 적극 설명하는 캠페인도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북한을 ‘악마 정권’으로 보지 말고 기회가 있다면 원조를 할 수도 있고 방문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명하 광복회 호주지회장은 “현 정세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한반도 평화 통일과 번영은 우리 민족 전체의 숙원이자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Chung-in Moon Sydney Sing
문정인 특보 시드니 강연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합창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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