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대법원 ‘미투’ 내부조사, 여성변호사 6명에 대한 전대법관 성추행 확인
대법원 조사 결과 존 다이슨 헤이든 전 대법관이 반복적으로 젊은 여성 변호사들을 성희롱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호주대법원 ‘미투’ 내부조사, 여성변호사 6명에 대한 전대법관 성추행 확인
John Dyson Heydon
2017년 호주카톨릭대학에서 ‘현대 호주에서 종교적 ‘관용’: 상대주의의 횡포’에 대해 강연할 당시 헤이든 전 대법관

호주 대법원 내부 진상조사 결과 전 대법관이 자신의 수하에 있던 젊은 여성 변호사 여러명을 성희롱한 사실이 밝혀졌다. 혐의를 받고 있는 존 다이슨 헤이든 전 대법관은 성희롱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대법원은 22일 성명서를 통해 지난해 피해자 6명의 진정서를 통해 성희롱 혐의를 인지하게 되었으며 이후 혐의에 대해 독립 진상조사단을 꾸렸고 연방정부 전 정보안보 감사관을 역임한 비비엔 톰 박사가 조사를 지휘했다고 밝혔다.

수잔 키플 대법원장은 성명서에서 “이러한 일이 호주 대법원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수치스럽다”며 조사 결과 현 대법관과 대법원 직원 모두가 “극도로 우려”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진정서를 제출한 피해자 6명에 “진정 어린 사과를 했다.”

피해자들 일부는 기밀을 요구했고 이 중 2명은 선임 변호사를 통해 이름을 밝혔다. 대법원에 민원을 제기한 피해자 6명 중 5명은 헤이든 대법관실 소속 변호사였으며 나머지 1명은 다른 대법관실 소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키플 대법원장은 피해자들이 “앞에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대법원이 조사결과에 담긴 “당시 그들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전 대법관의 수하 변호사 몇 명과 이야기를 했고 그들에게 “변화에 대한 그들의 통찰력과 제안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Rachael Patterson Collins pictured at the time she commenced as then Justice Heydon's associate in 2005.
2005년 레이철 페터슨 콜린스씨가 헤디든 전대법관실 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했던 당시 사진
Chelsea Tabart was an associate of Dyson Heydon in 2012.
2012년 헤이든 전대법관실 소속 변호사였던 첼시 타바트씨는 근무 첫날 헤이든에게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자체 탐사취재를 통해 법률계 고위급 인사들이 헤이든 전 대법관의 약탈적 행위를 증언했으며 이 가운에는 헤이든 대법관에게 강제 추행을 당한 판사도 있다고 보도했다. 피해 여성들은 호주에서 헤이든 전 대법관이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헤럴드는 헤이든의 약탈적 행태가 법률 및 사법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보도했다. 헤이든 전대법관이 2013년 정년 70세로 퇴임할 때까지 10년간 젊은 변호사들 뿐 아니라 법률계 다른 여성들도 전대법관의 손에 고초를 겪었다는 것이다.

한 현직판사는 헤럴드에 헤이든이 대법관으로 임명된지 얼마되지 않아 열린 법률가 만찬에서 자신의 허벅지 사이로 손을 들이 밀었다고 밝혔다. 판사는 “그는 나를 강제 추행했다. 범죄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그도 내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동의가 없이 다른 사람을 성적인 방식으로 원하지 않는 접촉을 하는 것은 강제 추행으로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진다. 당시 법정변호사였던 피해 판사는 헤이든 대법관에게 “Get your f—king hands off me”라고 말했지만 민원을 제기하기에는 헤이든 대법관이 너무 권력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판사는 “권력 비대칭이 너무 컸고, 그는 이 분야 거인이었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 여성 변호사의 경력은 끝장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어 블루머 전 ACT 사무변호사협회장은 2013년 캔버라대학 법대 사교 행사에서 헤이든이 자신을 강제추행했다고 밝혔다. 캔버라대 성명서에 따르면 헤이든 전 대법관은 같은 날 밤 학생으로부터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어 “행사에서 쫓겨나 숙소로 돌아갔다.”

이 외에도 시드니모닝헤럴드/디에이지를 보도에 따르면 헤이든은 대부분 젊은 여성 변호사와 단 둘이 있을 기회를 만들어 성희롱을 가했지만, 성희롱은 대법관실, 자동차, 행사장을 비롯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해졌다. 두 신문 보도에 따르면 헤이든 전대법관이 방문교수로 체류했던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도 2015년 학생이 민원을 제기해 방문교수 기간이 단축됐다.

헤이든, “내 행동이 불쾌감 야기했다면, 우발적”

헤이든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스피드 & 스트레이시는 시드니 모닝헤럴드와 더 에이지에 성명서를보내 “성희롱이나 범죄 혐의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헤이든 변호팀은 “기밀조사와 그 이후 기밀보고서와 관련하여, 우리 의뢰인은 약탈적 행동이나 법 위반에 대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며 “의뢰인은 자신의 행동이 불쾌감을 일으켰다면 그 결과는 우발적이며, 의도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대법원에 이를 직접 관련 민원제기자에게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조사가 “내부 행정적 조사로 변호사, 판사, 재판관이 아닌 공무원이 실시했다. 법적 조사권과 확약이나 선서 시행 없이 실시됐다”며 절차적인 하자가 있다고 꼬투리를 잡았다.

헤이든은 2003년 하워드 정부에서 대법관으로 임명되었고, 2013년 의무 정년 70세가 될 때까지 재직했다. 2014년 애봇 정부에서는 노동조합 부패혐의에 대한 연방정부 왕립조사위원회를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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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다이슨 헤이든 전 대법관은 노동조합 부패혐의에 대한 연방정부 왕립조사위원회를 이끌었다.

“가해자와 피해자간 권력 불균형으로 민원제기 늦춰져”

피해자 가운데 레이철 콜린스씨와 챌시 타바트씨를 포함 3명을 대리한 법무법인 모리스 블랙번 조시 본스틴 변호사는 2019년 3월 피해자들을 대리해 대법원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본스틴 변호사는 조사결과 헤이든이 자신이 고용한 젊은 여성 변호사를 상대로 수년에 걸쳐 약탈적 행태와 성희롱 양상을 밝혀졌으며 대법원이 판사의 위법행위를 해결하고 이러한 위법행위에서 직원을 보호하는데 모두 결함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본스틴은 “성희롱이 일어났을 당시 다이슨 헤이든은 60대 보수적인 판사로 저명한 기독교인이자 유부남이었다. 그가 고용한 여성들은 20대 초반으로 대부분 갓 대학을 졸업했다”며 헤이든이 호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 장차 법조계 경력을 쌓거나 끊을 수 잇는 사람이었다”고 피해자와 가해자간 힘의 불균형을 설명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이제서야 침묵을 깨고 나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의뢰인을 상대하면서 이런 경험이 얼마나 충격적인지, 침묵을 깨기 위해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는지 안다”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에 나서준 피해자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는 많은 여성들이 헤이든에게 성추행 당한 후 법조계를 떠났다고 말했다.

본스틴은 대법원내에서 대법관의 위법행위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명확한 절차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임기가 끝난 대법관실 변호사는 신임 여성 변호사에게 헤이든의 행태를 경고하고 스스로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고를 줘야 한다는 의무를 느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법원에 서신을 보낸 이후 이 상황에 대한 (대법원의) 대응은 모범적이었다”며 대법원의 대응 방식에 찬사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수전 키플 대법원장이 피해 여성들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했으며 “젊은 변호사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법원 정책과 절차를 개선하는 다양한 개혁도 단행했다”고 대법원의 조처를 환영했다.

헤이든의 성희롱 혐의에 대한 대법원 조사를 지휘한 톰 박사는 대법관과 직원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 권고했다고 밝혔다. 권고안 중에는 법원이 대법관실 소속 변호사들에게 기밀요구 조항이 사교행사까지 연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된다는 내용도 있다.

키플 대법원장은 “이 여성들의 경험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며 “어떤 직장에서도 성희롱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법원에서 준중받는 일터의 중요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정책과 훈련을 강화했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경우 민원을 제기할 지원과 비밀이 보장된 방식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크리스찬 포터 연방 법무장관은 이번 조사가 대법원의 문제라며 “대법원은 행정부에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관리 및 대응까지 독립성이 연장된다”며 말을 아꼈다. 장관은 헤이든 성추행 민원에 대해서는 대법원을 통해 문제를 인지하고 관리 방식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피해를 제기한 대번관실 소속 변호사(associate)는 대법관실에서 법률조사와 판결을 검토하는 개인비서역할을 한다. 대법원 소속 변호사는 보통 가장 성적이 우수한 법대 졸업생에게만 주어지며 법적 장래가 보장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법대 졸업생 가운데 인기가 많아 업무 수행 2년 전에 이미 임명이 끝나고 경쟁도 치열해서 대법원에 따르면 공석이 나는 경우 200명까지 한꺼번에 응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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