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를 넘는 ‘새로운 언어’로 국악에 새 생명 불어넣는 대금연주자 김혜림 박사
한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세계음악과 대화하며 새로운 언어를 개발하며 한국 전통음악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대금연주자 김혜림 박사에게 연주회와 음악간 소통에 대해... 크로스오버를 넘는 ‘새로운 언어’로 국악에 새 생명 불어넣는 대금연주자 김혜림 박사

한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세계음악과 대화하며 새로운 언어를 개발하며 한국 전통음악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대금연주자 김혜림 박사가 멜번아츠센터에서 재즈, 호주 원주민 음악과 협연한다. 멜번을 찾은 김혜림 박사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번 연주회와 음악간 교류에 대해 들어봤다.

멜번아트센터에서 한국 전통음악 대금 소리가 재즈, 전자음악, 호주 원주민 음악과 어울린다. 여기에는 또다른 전통 소리인 판소리도 추가된다. 런던대 SOAS에서 민족음악(Ethnomusicology)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영국과 한국에서 바쁘게 연구, 연주, 저술 활동을 하는 이 콘서트의 주인공, 대금연주자 김혜림은 이번 연주회가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서로 문화를 배우고 나누고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 음악회”라고 소개했다. 김혜림은 디저리두는 한국 남이섬 축제에서 처음 공연을 함께 한 적이 있다며 “대금 소리가 디저리두 소리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국악중학교부터 서울대 국악(대금연주)과 학사와 석사과정까지 국악을 전공한 김혜림이 영국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뉴욕과 호주에서 시작됐다. 대학 시절 호주 퀸즈랜드 음악원과 뉴욕대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던 김혜림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세계인들이 보는 한국음악이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다.” 재즈와 국악 협연은 이제는 드문 것이 아니지만 여러가지 소리가 섞이다 보면 전통 음악과 너무 다르지 않을까? 김혜림은 “다른 음악과 교류를 할 때는 많은 부분이 자기 전통을 넘어서 창작을 한다”며 “자신의 뿌리를 잃지 않고 창작을 하려면 자신의 뿌리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금연주자 김혜림

김혜림은 SOAS 박사과정 중 지도교수가 시드니 대학으로 잠시 오게 되면서 시드니 대학에서 1년간 지내는 동안 호주 유명 재즈 연주자 사이먼 바커(Simon Barker)와 인연이 닿았다. 사이먼 바커는 배일동 명창과 오랜 협업으로 호주는 물론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김혜림이 2013년에 한국 유니버설 뮤직을 통해 발매한 독주앨범 ‘님’에는 사이먼과 같이 작업한 ‘재즈와 대금을 위한 ‘허튼가락’이 들어있다. 2017년에는 Melbourne Women’s Jazz Festival (멜번여성재즈축제)에 초청받아 사이먼 바커와 피터 나이트(Peter Knight)와 협연했고 그 때 만난 피터 나이트가 제안해 이번 음악회가 성사됐다.

김혜림은 스스로를 “한국 전통 음악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젊은 음악가”로 소개한다. 김혜림은 자신의 경험이 “국악, 한국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나라 스타일의 음악과 소통하는 것”으로 “소통을 위해서는 각각 스타일, 음악, 문화와 협업을 할 때마다 새로운 언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혜림의 협업은 표면적인 혼합이 아닌 새로운 언어를 탄생시키는 심도깊은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생명”이 한국 전통 음악에 더해진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여러 문화와 나라의 음악과 악기가 모두 흥미롭지만 특히 호주원주민을 대표하게 된 악기 ‘디저리두’가 김혜림의 마음에 와 닿았다. “디저리두와 함께 연주할 때 (호주 원주민) 문화가 갖고 있는 자연과 관계, 그들이 갖고 있는 단순하지만 현대인보다 앞서가는 감각을 봤을 때 시공을 초월하는 감각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음악 뿐 아니라 미술도 마찬가지라며 “오래된 것이 나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서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국악 연주자로 영어권에서 연구하고 연주하는 학자로서 김혜림은 한국음악을 폭넓게 알려줄 만한 책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책을 저술하는 것이 앞으로 계획이다. 내년에는 공연을 중심으로 한 연구를 담은 단행본을 Rutledge 출판사에서 낼 예정이다. 연구 주제가 되었던 음악과 공연을 함께 모은 책과 공연이 상호 보완되는 연주회 기획도 생각하고 있다.

한국 전통 악기 대금과 재즈 트럼펫, 판소리가 어울리는 연주회는 대중적이지는 않다. 김혜림은 “관객들도 어려운 부분과 익숙한 부분을 같이 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며 항상 들어오지 않았던 것도 들으면서 인식의 폭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음악회에 초대했다.

김혜림은 한인 동포들에게 “호주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여러가지 감정이 있을 텐데 제가 하는 음악이 호주에 있는 여러 민족과 소통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한국 전통 음악을 호주 주류 음악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없기 때문에 김혜림의 이번 공연은 더 반갑다. 김혜림은 내년 8월에 시드니에서 공연을 기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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