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집으로 <br> 호주 한인들 멜번공항 통해 귀국길 올라
워킹홀리데이(워홀) 청년과 유학생을 비롯 한인 600여명이 17일 오전과 저녁 두차례에 걸쳐 멜번 공항에서 귀국길에 올랐다. 17일 아침 아시아나항공 전세기에는 약 300명이... 이제 집으로 <br> 호주 한인들 멜번공항 통해 귀국길 올라

워킹홀리데이(워홀) 청년과 유학생을 비롯 한인 600여명이 17일 오전과 저녁 두차례에 걸쳐 멜번 공항에서 귀국길에 올랐다.

17일 아침 아시아나항공 전세기에는 약 300명이 탑승했으며 저녁 항공편도 비슷한 숫자가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5시 이전부터 탑승수속을 위해 멜번공항 체크인 카운터 앞에 길게 줄선 한인 동포는 부모나 할머니와 함께한 어린 아이들부터 연령이 다양했으나 청년층이 대부분이었다.

멜번분관에서는 백광석 영사를 포함 3명으로 구성된 팀이 공항에 나와 귀국길에 오른 한인동포에게 한국 입국 후 자가격리 안내서와 마스크, 장갑, 초코파이, 간식이 든 작은 봉투를 나눠줬다. 멜번분관 지원팀은 또한 탑승 수속을 마친 한인동포의 질문에 답하거나 항공사, 호주국경부대와 연락을 취하며 한인동포의 귀국길을 도왔다.

Melbourne Airport
멜번분관 지원팀이 출국하는 한인동포에게 마스크와 1회용 장갑이 들어 있는 작은 봉투를 배포했다.

전세기를 타러 온 한인들은 워홀러, 교환학생, 유학생, 방문객을 포함 다양했으며 멜번 뿐 아니라 애들레이드, 태즈매니아, 시드니에서 온 한인들도 있었다.

라트로브 대학 교환학생으로 두 달 전에 호주에 온 하누리씨는 대학 수업이 온라인으로 변경되면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유학생 박준형씨는 호주에 온지 7개월만에 한국에 돌아간다. 코로나19로 입학이 연기되어 계획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청년층 대부분 일자리 잃고 귀국

졸업생 비자로 애들레이드 호텔에서 근무하던 한나씨와 김씨는 코로나19로 임시휴직 조치 때문에 귀국 길에 올랐다. 한나씨와 김씨는 모두 코로나19 위기가 닥친 후 “혼자서 지내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드니 전세기 소식을 들었지만 바로 매진됐고 결국 멜번에서 출발하는 전세기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 이들은 봉쇄가 끝나면 다시 호주로 돌아올 계획이다.

Melbourne Airport
애들레이드에 사는 딸들을 방문하러 1월 호주를 찾았다 발이 묶인 우경화씨는 딸들 걱정에 귀국이 늦어졌다.

우경화씨는 애들레이드에서 직장에 다니는 두 딸을 보러 1월 호주를 찾았다 발이 묶였다. 코로나19가 호주에서 확산되면서 딸들이 걱정되어 머뭇거리다 귀국길이 늦어졌고 애들레이드에서 멜번으로 오는 길도 국내선이 취소되거나 자주 변경되어 어제 새벽에야 올 수 있었다. 평소에는 딸들도 같이 멜번에 와서 머물렀을텐데 코로나19로 혼자 올 수 밖에 없었다.

워홀러 최규민씨는 시드니에서 전세기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멜번에 오게 됐다. 호주에 온지 5개월만에 일하던 가게가 문을 닫아 워홀비자를 연장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최씨는 시드니에서 휴지와 쌀 같은 생필품을 구하기가 어려워 힘들었다고 말했다.

태즈매니아에 사는 한선희씨는 출산을 위해 예약했던 한국행 싱가포르 항공편이 취소되어 전세기를 탄다. 한씨는 코로나19로 셰프인 남편이 근무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씨는 남편이 주경계 봉쇄로 태즈매니아에 다시 돌아가서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틀 전 전세기 탑승을 위해 멜번에 혼자 올 수 밖에 없었다.

Melbourne Airport
18일 멜번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 전세기로 귀국하는 한인들이 입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워홀로 호주 땅을 밟은지 3달 만에 귀국하는 황우정씨는 멜번 휴대전화 수리업체에서 일했다. 황씨는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워지자 회사에서 “단기비자 직원을 가장 먼저 잘랐다”고 말했다. 워홀러나 임시비자 소지 외국인에게 호주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황씨는 “자국민을 먼저 챙기는 것이 당연하다”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워홀러나 학생비자 같은 임시비자 소지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섭섭함을 표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와 연방정부는 유학생이 비자신청시 12개월 생활비가 있다는 증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지원할 필요가 없으며 임시비자 소지자는 언제든지 고국에 돌아가는 것은 자유라며 외국인에 대한 정부지원을 기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Melbourne
애들레이드에서 체류하던 워홀러 최예윤씨와 손승환씨는 8개월만에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일을 못하게 됐고, “상황이 한국이 더 나아서” 귀국한다고 말했다.

공항에서 본지가 인터뷰한 한인들 가운데는 코로나19 이후 인종차별로 어려움을 당한 경우는 없었다. 이보다는 직장에서 해고당하거나 무급휴직에 처해지면서 경제적으로 불편한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워홀러와 졸업생비자 소지자는 모두 일자리가 없어졌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간다고 전했다.

3월 호주와 한국간 직항 항공편이 중단되고 경유지인 대부분 아시아 국가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규제하면서 많은 한인들이 한국행 항공편을 구하기 어려워지며 발이 묶였다.

한국행 항공편을 요구하는 한인 동포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빅토리아주 한인회를 비롯 여러 지역 한인회, 민간 여행사에서 수요 조사를 통해 전세기 마련에 나섰고 멜번에는 17일 두차례 아시아나항공 전세기가 떴다. 멜번분관 백광석 영사는 민간 여행사에서 22일 대한항공 전세기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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