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법률정보] S2 #5 공사대금을 받을 권리와 헌법 02
공사대금을 받을 권리와 헌법 02 [우리동네 법률정보] S2 #5 공사대금을 받을 권리와 헌법 02

시리즈 2 호주 헌법 # 5 공사대금을 받을 권리와 헌법 02

글: 알렉스 김 | 피츠로이 법률서비스 법무보조원

지난 회에 말씀드린 것처럼 공사대금을 받을 권리는 빅토리아 주 법률인 공사대금보장법 (Security of Payment Act)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연방법이 아닌 주 법률이 이를 커버하는 것은 이 분야가 호주 헌법 제51조에 따라 호주연방의회가 입법권을 가진 분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주제를 호주헌법 범주 안에서 다뤄보고자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건축/건설 업종에서 공사 대금의 미지급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업종이 하나의 거대한 공급망 (Supply Chain)의 형태를 띄기에 한 업체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다른 업체가 연쇄적으로 도산하는 경우가 다른 업종에 비해 월등히 더 많습니다. 특히 우리 한국분들이 건축/건설 관련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공사대금지급에 관한 구조적 문제들은 직간접적으로 한국인 사업체와 그 직원분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 분담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둘째, 공사대금보장법 (Security of Payment Act)은 공사업체가 공사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그 공사업체에서 일하는 임금노동자가 돈을 받을 권리는 연방법인 공정노동법(FairWork Act)에 의존해야 합니다. 공사대금의 미지급은 관련업에 종사하시는 한국인 사장님들이나 직원분들에게 본질적으로 같은 성격의 문제인데, 이 문제를 두개의 다른 법으로 다루게 만드는 호주 헌법 구조의 문제점에 대해서 같이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건축・건설업과 한인 사회

건축・건설업은 근본적으로 공급망 (Supply Chain)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사를 할 때 그 공사를 수주한 건축업자는 다수의 하청업체와 하청공사계약을 하고, 하청업체들은 다시 재하청을 하는 구조입니다. 이 하청업체들은 다른 한편 건축재료 공급업체들과 다수의 공급계약을 통해 재료를 공급받습니다. 따라서, 공사를 발주하는 건축주나 공사를 수주・관리하는 원청업체의 대금 미지급은 수많은 하청업체와 그 하청업체의 재료공급처들이 도미노가 무너지듯 연쇄적으로 도산하는 결과를 낳고는 합니다.

문제는 이 건축・건설 공급망의 하층 구조에 사회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이민자 사업체들이 많이 끼어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 어디든 이민자들이 쉽게 밥벌이를 찾을 수 있는 분야가 건축・건설업, 식당, 호텔 등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입니다. 저 역시 얼마 전 까지 식당에서 셰프로 일 하면서 이민노동자가 겪는 현실들을 많이 목격하였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한국분들이 이런 업종에서 경험을 발판으로 사업체를 운영하여 성공의 길로 접어드시는 좋은 선례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민자 사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적인 불리함을 안고 비지니스를 운영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건축・건설 관련 업종에 유독 1인 사업체가 많다는 점입니다. 혼자 계약을 따고 시공을 하고 서류 업무까지 해야 하는 1인 사업체 환경에서 일하시는 사장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첫번째 문제로 언어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영어 능력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한국분들이 상당한 수준의 영어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업 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사장님들의 영어 능력과 상관없이 분쟁의 법적 성격과 해결 방법을 알아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 사는 한국사람이 계약에 관련된 법적인 정보를 한국어로 습득하는데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걸리는데, 하물며 외국어인 영어로 법률 정보를 알아보고 해석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인 변호사 분들과 상담을 하시고 정확한 법적 자문을 구하시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인데 여전히 걱정이 되는 것은 비용과 시간 그리고 분쟁 상대방과의 비즈니스 관계입니다. 이런 문제는 한국인만 아니라 모든 법적 분쟁의 당사자들이 겪는 것이고, 이런 모든 심리적, 물질적 부담이 합해져서 결과적으로 법적 해결보다는 손해를 감수하는 쪽으로 판단을 내리기 십상입니다.

또다른 문제는 한국인 사업자 분들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 사회적 기반에는 가족, 친척, 친구를 포함한 주변 인맥도 포함됩니다. 나와 내 가족이 몇 세대를 거쳐 멜번에 자리를 잡은 토박이라면 이런 저런 법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한두 사람 건너 도움을 청하거나 정보를 제공해 줄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민자 사업체에는 이런 무형의 사회적 자산이 부족하기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고, 이 결과 내가 공사대금을 받아낼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한편으로, 제가 전에 소개 드렸던 지역법률센터들이 이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해 줄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지역법률센터들은 주로 개인에 대한 무료 법률 조언을 할 뿐 비즈니스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건축・건설 관련업에는 유독 1인 사업체가 많고, 그 중 다수가 공사 대금 미지급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를 겪고 있음에도 개인이 아니라 법인이라는 이유로 무료법률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건축/건설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공사대금을 못 받는 위험에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비즈니스를 접는 것이고, 두번째는 비즈니스를 유지하되 공사대금을 떼일 경우를 대비해서 평소에 다른 경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위험비용을 분산시키는 것입니다. 어느 경우를 선택하든지 추가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겨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임금 노동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회사가 돈을 받을 권리와 노동자가 돈을 받을 권리의 이원화가 문제

이민자 사업체는 대개 같은 그룹의 이민자를 고용합니다. 이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한국인 사업체가 한국인 이민자에게 고용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오히려 장려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작 문제는 건축・건설업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이 공사대금을 못 받게 되어서 결과적으로 직원들에게 임금 지급을 못하게 되거나, 혹은 공사대금을 떼이는 위험을 미리 분산하기위해 애초에 시간당 임금을 최대한 적게 지급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직원들이 호주시민이나 영주권자라면 미지급된 임금을 정부에서 보전해주거나 기존 복지체계 안에서 주어지는 고용급여 등으로 생계 유지가 가능하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직원이 호주시민이나 영주권자가 아니라면 당장 먹고 사는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장님은 돈을 주고 싶어도 줄 돈이 없고, 직원은 돈을 못 받으니 서로에 대한 불신이 생성되는 위험도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호주헌법의 구조적 문제가 불거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건설업체가 계약에 따라 공사를 완료하고도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 그 사장님은 빅토리아 주법인 공사대금보장법 (Victorian Security of Payment Act)에 기대어 공사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반면, 이 공사에 노동력을 제공한 노동자분들이 임금을 받으려면 주법인 공사대금보장법이 아니라 연방법인 공정노동법 (Fair Work Act)을 따라야 합니다. 사장님이 공사대금을 받을 권리와 그 사장님의 직원들이 임금을 받을 권리의 원천이 동일한데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주 법률, 직원분들은 연방 법률에 따라 서로 다른 분쟁해결 통로를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보다는 공사대금보장법에서 노동자의 임금을 직접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된다면 원청에서 공사대금을 지급해야하는 법적 의무가 하청업체 뿐 아니라 그 직원들까지 넓어지게 되므로 공사대금지급에 대한 법적・사회적 압력이 높아질 것입니다. 특히 사회적 압력이 높아질 경우 공사대금 미지급 문제는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호주헌법 아래에서는 노동관련 문제는 연방의회가 법률을 만들 권리를 가지고 있기에 주 법률인 공사대금보장법에서 노동자의 임금을 보장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규모의 법적・정치적 합의가 요구되는데, 연방제가 정치 체제의 핵심인 호주에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헌법체계를 안고 가는 것이 불가피한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공사대금지급에 관하여 이원화된 법적 구조를 낳을 수 밖에 없는 호주헌법체계가 상당히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 생각이 아니라 이 구조 아래에서 독자분들이 얼마나 스스로의 권리를 최대한 추구할 수 있느냐 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건축・건설 관련 사업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은 공사대금을 못 받으실 경우 공사대금보장법을 통해 대금을 회수하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회에서는 건축・건설 관련 업종을 포함해 직장 생활을 하시는 분들께서 임금 미지급 등의 불이익을 당할 경우 어떤 법적 장치들을 이용하실 수 있는지 공정노동법 (Fair Work Act)과 헌법 사이의 관계를 다루면서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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