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대회, 그 많던 선심이 다 어디로
김주완 재호주 대한테니스협회 고문이 전하는 2021년 호주오픈 호주오픈 대회, 그 많던 선심이 다 어디로

‘기계 선심’- 변화된 2021년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가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 3주 연기된 2월 8일 주최측의 강력한 노력과 의지로 강행됐다.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만큼 대회 이전에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개최 여부도 미지수였으나 몇달 전부터 세심하게 준비하여 대회가 시작됐다

1월 남자 예선전이 카타르 도하에서, 여자 예선전은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서 열렸고, 전세계에서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감독 등 수천 명이 전세기로 1월 15일부터 호주에 입국했다. 2주간 호텔 격리가 끝는 시점인 대회 며칠 전 호주오픈 선수가 격리됐던 호텔 근무 직원이 확진 되어 대회 관계자 및 빅토리아주 정부 당국도 초긴장 상태였으나 대회는 예정대로 개막했다.

우려 속에서 열린 대회는 작년과 달리 몇가지 변화가 있다.

물론 코로나로 관중 수는 현저하게 줄어서 썰렁한 분위기가 이어져 갔다.

또한 오랫동안 대회 메인 스폰서를 지켜오는 “기아차” 로고가 새롭게 바뀌었다.

테니스 동호인이나 유심히 TV를 보며 느낀 사람들도 있겠지만 또 하나 큰 변화는 기계 선심이다.

종전에는 심판보조 시스템인 ‘호크 아이(hawkeye)’ 초정밀 카메라로 공의 ‘인’과 ‘아웃’을 선수들이 규칙에 따라 주심에게 판독 요청하면 확인해, 관중이나 TV를 시청하는 전 세계 시청자들도 숨죽이고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올해 대회는 코로나19 현장 인력을 줄이기 위해 ‘현장 전자 라인 콜’을 본격 운영해 주심을 1명 두고 기존의 선심이나 부심이 전혀 없다.

예년에는 보통 한 경기에 부심이 적게는 6명, 많게는 9명정도 필요했다.

기존에는 주심 또는 선심들이 힘차게 ‘아웃’이나 ‘폴트’를 외쳤는데 올해부터는 전자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모든 ‘인’과 ‘아웃’을 초정밀 카메라가 판단한 다음에 주심이 인정하고 기록하는 방식이다. 모든 판정 콜은 사전에 녹음된 호주 의료진과 소방관 목소리이다.

이로 인해 올해 호주 오픈 게임에 심판 인력만 약 1~2천여명의 일자리를 기계가 앗아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지난 대회까지만 해도 판정이 약간 미심쩍으면 주심, 선심에게 항의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선수들이 항변할 곳이 없어졌다.

첫날 경기장에서 직접 게임을 관전하며 느낀 점도 예년과 달리 ‘인’과 ‘아웃’이 애매하다고 생각한 선수가 주심을 쳐다보며 눈이나 특유의 몸동작으로 항의하면, 주심 역시 눈으로 선수들에게 “전자 판단인데…!!”라고 항변하는 것 같은 모습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과거 코트의 악동 매캔로를 떠올리면 당시 라켓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리며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과연 그 때에 기계가 그 선언을 했다면 누구에게 어필을 했을까?

이번 게임을 보며 선수들이 사람에게는 강력하게 항의하면서도, 기계 판정에는 다소곳한 것이 새삼스러운 광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필자는 아날로그 시대 선수 생활을 했지만 지난 1주일간 멜번에서 호주 오픈을 참관하며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다시 AI 시대로 향해가는 분위기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김주완 고문

글・사진 김주완(필립 김) 재호주 대한테니스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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