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 대한 웃기고, 신랄하고 잔인한 이야기, 봉준호 감독 인터뷰
2년만에 시드니영화제를 다시 찾은 봉준호 감독을 13일 시드니 시내에서 만나 호주영화와 '기생충'에 대해 이야기 했다. {기생충}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 대한 웃기고, 신랄하고 잔인한 이야기, 봉준호 감독 인터뷰

칸 상영 후 전세계인 모두 “우리나라 얘기”

Dir Bong Joon-Ho
{기생충}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 대한 웃기고, 신랄하고 잔인한 이야기, 봉준호 감독 인터뷰

2017년 옥자로 시드니영화제를 찾은 지 2년만에 기생충을 들고 시드니를 다시 찾은 봉준호 감독을 13일 시드니 시내에서 만났다. 2년전 옥자는 넷플릭스 스트리밍과 극장 상영이 병행되면서 칸 영화제 상영부터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고 시드니영화제는 옥자와 함께 봉준호 감독을 초청한 바 있다. 세계적인 한국 감독을 2년에 2번이나 초청하고 그 초청에 응해 호주를 방문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에 봉준호 감독이 특별히 반가웠다.

봉준호 감독은 “시드니와 멜번 영화제가 역사가 깊다. 두 도시가 모두 도시 자체도 매력이 있지만 영화제도 오래됐고 전통이 있다”며 호주 영화계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멜번국제영화제는 1952년 시작했고 2년 뒤 시드니대학에서 시작된 시드니영화제는 올해로 66회를 맞았다.

또한 “호주 영화를 좋아한다”며 “제일 존경하는 감독님 중 한분이 조지 밀러(George Miller)로 대학교 때 영화 공부할 때 그 분 영화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조지 밀러는 1979년 매드맥스로 감독으로 데뷔해 매드맥스 시리즈를 감독, 제작한 호주를 대표하는 감독 및 제작자이다. 봉감독은 “80년대 ‘매드 맥스 2: 로드 워리어 (Mad Max 2)’와 ‘로렌조 오일(Lorenzo’s Oil)를 명작으로 꼽았다. 조지 밀러 감독은 이 외에도 ‘해피 피트(Happy Feet)’와 ‘꼬마 돼지 베이브 2(Babe: Pig in the City)’ 같은 가족 영화로도 유명하다.

봉감독은 또한 “지금은 할리우드로 옮기셨지만 피터 위어(Peter Weir) 감독님도 아주 유명한 호주 출신 감독”으로 “호주하면 항상 행잉록에서의 소풍(Picnic at Hanging Rock) 이미지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1975년 영화인 행잉록에서의 소풍은 아직 호주가 연방이 되기 전인 1900년 빅토리아주 사립 여학교 학생들이 행잉록에 소풍 가면서 일어난 신비한 실종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동명의 소설을 영화한 것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얘기는 아니다.

“호주에서 영화 찍어보고 싶어”

Parasite
기생충

봉준호 감독은 또한 “호주 영화의 역사라든가… 호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아우라가 있다고 생각하고 항상 궁금해”한다며 “언젠간 여기서 영화도 찍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봉감독은 “조지밀러 감독 영화에 나왔던 사막의 붉은 흙과 독특한 느낌”이 굉장한데 한편으로는 “바닷가 도시는 아주 현대적”이라며, 호주가 “이상한 콘트라스트가 있는 독특한 결이 있는 거 같다”고 봤다.

봉감독은 애들레이드에도 영화제 때문에 1주일간 머무른 적이 있다며 시드니, 멜번과 30분 시차가 있는 타임존과 같이 “호주만의 독특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 핸들은 오른쪽인데 그렇다고 영국은 ‘오지’라고 부르고… 여기에는 원주민이 있고, 원주민이 처한 상황은 또 복잡한 것 같다… 많은 층(layer)이 나올 수 있다”고 호주의 지리와 복층적 사회를 흥미로워했다.

또한 실제 살인사건을 다룬 호주 독립영화 Snowtown(스노우타운)에서 “뛰어난 호주 배우“ 다니엘 헨셸(Daniel Henschel)을 발견해 옥자에 캐스팅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칸을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수십번 언론 인터뷰와 관객과 대화를 가진 봉준호 감독은 한국과 해외 반응 차이를 묻는 질문에 “요즘 영화를 만들고 해외 영화제를 다니고 여러 나라 개봉 프로모션을 다녀보면 20년간 느낀 것이 사실 점점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봉감독은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가 너무 발달해서 한국 젊은 관객들이 (내가) 외국에 나가서 무슨 얘기하면 바로 유튜브로 캡쳐해서 금방 퍼지고… 국가간의 경계라든가 많이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10여년간 영화, 드라마, K-pop 같은 것이 많이 퍼져서 한국 대중문화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외국 관객과 기자들도 훨씬 더 옛날보다 친숙해졌다”며 이제는 오히려 “뭐가 다른지를 찾아내는게 오히려 힘들다”고 말했다.

봉감독은 기생충’에 대해서는 “사실 반응도 되게 비슷하다”며 이야기 자체가 부자와 가난한 자 얘기이기 때문에 칸에서 처음 상영했을 때도 외국 지인들이 모두 “자기네 얘기라고 주장”했다고 환하게 웃었다. 칸에서 많은 영화인들이 봉감독에게 “우리 나라에서 리메이크 해야 한다. 배우는 이 사람이 하면 된다”고까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졌다.

봉준호 감독은 대부분 언론 인터뷰에서 ‘기생충’이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품 ‘하녀’를 참고했다고 언급했다. 김기영의 ‘하녀’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는 임상수 감독의 2010년 작품 ‘하녀’가 있다. 김기영과 임상수, 그리고 봉준호의 작품에 나오는 ‘부자’는 모두 2층집에 살지만 2층집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봉준호 감독은 세계적인 “IT 산업” 회사 대표로 “대대로 재벌집안이 아니라, 젊고 매너있고 취향도 세련된… 젊은 신흥 부자”를 보여준다. 이 세련된 재벌은 임상수의 재벌이 갖고 있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달린 압도적인 저택이 아니라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집”으로 이사왔다. 봉감독은 “실제로 그런 그룹의 사람들이 있다. 그런 식의 집을 짓고 세련되게 라이프스타일을 꾸미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세련된 21세기 부자들은 이전 갑질하는 재벌과 “속은 비슷할지 몰라도 표면적으로 세련되고 매너있다.” 봉감독은 매너있는 신흥 부자도 그러나 더 나이가 들면 갑질하는 재벌같이 될 수도 있다며 이러한 ‘부자’가 “어찌보면 요즘 한국의 모습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기생충은 ‘신층부자’와 반지하에 사는 기택네 두 가족이 냄새를 맡을 정도로 가깝게 생활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잔인할 정도로 적나라한 이야기이다.

가난한 기택 가족도 그들만의 공간에서 박사장 부부에 대해 “못됐다 싶을 정도로 거칠게 얘기한다.” 박사장 부부는 아주 사적인 거실 소파에서 “결코 공적인 공간에서 해선 안될 말들을 한다” 뒤에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고 했는데 각자 가족이 “개인적인 공간에서 한말”이 “사실 공적인 잘못을 한 건 아니다.” 봉감독에 따르면 “가난한 집도 기사식당에서 자기들끼리 밥먹으면서 찧고 까불면서 한 얘기”일 뿐이다.

봉 감독은 “문제는 이 영화는 카메라가 밀접하게 그런 순간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사실은 타인의 사생활을 굉장히 가까이서 지켜보게” 해 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생충은 “굳이 듣지 않아도 되는 말 또는 우리가 실제 삶에서는 듣지 않는 말까지 우리가 듣게 되는 영화”이다. 봉감독은 “그게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신랄함 내지는 잔인함 같은”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사실 불편할 수도 있다”. 실제로 기생충이 한국에서 개봉한 후 극찬 가운데서도 이러한 불편함을 토로한 관객평도 있다. 봉감독은 “그렇지만 현실의 가난과 부에 대해서 어차피 얘기를 하기로 작정을 한 거니까 피할 수 없는 어떤 신랄한 부분, 그런 부분을 달작지근하게 그냥 포장만 하고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 그런거는 정면 돌파하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묘사했다”고 털어놨다.

기생충의 부자 가족과 가난한 가족 이야기는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이든 호주인이든 잘 따라갈 수 있다. 물론 한인동포는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을 자막이 필요없이 더 즐길 수 있다. 봉감독은 한인 동포가 “2% 정도 (더) 즐길만한 부분이 있다. 그걸 킥킥대고 같이 즐기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은 자신이 직접 가사를 쓰고 기우 역 최우식이 부른 ‘소주 한 잔’으로 마지막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 눈을 땔 수 없게 만들었다. 정재일 음악감독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봉감독이 관객들이 ‘소주 한잔하고 싶다’는 쓸쓸한 감정으로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요청해 만든 노래라고 밝혔다. 아쉽게도 ‘소주 한 잔’ 가사는 영어 자막으로 소개되지 않아 한인 관객만 100% 감상할 수 있다.

기생충은 21일 특별시사회에 이어 27일 호주 전역에서 개봉한다.

특별시사회 및 개봉 극장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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