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km 자전거 ‘나혼자’ 세계여행 “북한 통해 한국에 가고 싶어”
전세계 6개 대륙 74개국을 돌아 8만km를 자전거로 여행한 정효진씨가 아직 갈 수 없는 나라가 있다. 8만km 자전거 ‘나혼자’ 세계여행 “북한 통해 한국에 가고 싶어”

전세계 6개 대륙, 74개국 자전거로 여행

지난 8 ABC 뉴스에 전세계 8km 자전거로 여행한 한국여성이 소개됐다. 정효진씨는 2011 9월부터 캐나다 워홀 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세계여행을 시작해 6 대륙 74개국을 자전거로 여행했다. 캐나다에서 오로라를 보고 우주여행 지구부터 먼저 돌아보기로 결심했다니! 세계여행을 마무리 하기 호주에 머물고 있는 한국여성이 궁금해졌다. 골드코스트 친구 집에 머물고 있는 정효진씨와 스카이프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효진씨가 운영하는 ‘Cyclying Around the World (www.universewithme.com)에는 여행 시작부터 경비, 장비, 현지 생활까지 세세한 여행기가 올라와 있다. 블로그는 한국어와 영어 두가지 언어로 되어 있어 블로그를 통해 정씨의 자전거 여행을 따르는 팔로워도 전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전세계에서 정효진씨의 자전거 여행에 물리적으로 또는 온라인으로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정씨는  진(Jin)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에는 워킹홀리데이비자로 도착해 세계 여행 중 제일 오래 머물고 있다. 시드니에 도착해 캔버라를 거쳐, 멜번에 2개월 머물면서 우버이츠 배달도 했다. 애들레이드에서 아웃백으로 방향을 정하고 호주 대륙의 가운데를 자전거로 가로질러 중간 중간 작은 마을을 거쳐 북부로 향했다. 다윈까지 가려다가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6개월간 주방에서 일했다. 호주는 올해 초 블로그를 업데이트하고 떠나려고 했는데 코로나19가 닥쳐 발이 묶였다.

ABC 방송에는 현재 머물고 있는 백인 친구인 조이가 노력해 인터뷰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ABC 방송 웹사이트를 통해 연락했는데 답변을 받지 못해 조이가 직접 전화로 진행자 이메일을 받았고 이메일을 받은 진행자가 바로 답을 해 인터뷰가 성사됐다. 정씨의 인터뷰는 뉴스에서 소개되고 라디오로 두 번이나 방송됐다. 호주인들의 자전거나 여행에 대한 열정도 남부럽지 않은데 정씨의 자전거 여행기는 이들이 보기에도 대단한 것이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사진제공: 정효진 (www.universewithme.com)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일까? 정씨는 세계여행을 하면서 자전거로만 따지면 중앙아시아 고산 비포장도로에서 자전거를 탄 것이 인상 깊었다. 볼리비아 소금사막도 기억에 남는다. 정씨는 시야가 탁 트여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이 좋아 사막을 좋아한다. 아무 것도 없으니까 모든 것이 보이는 그런 느낌이다.

핀란드에서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자전거를 탔다. 겨울이라 길이 눈에 덮여 있었고 9시에 해가 떠서 2시면 져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풍경이 너무 좋았다.

겨울 눈을 헤치고 달린 핀랜드 여행. 사진제공: 정효진 (www.universewithme.com)

그렇지만 8년간 세계 여행을 하면서 정효진씨에게 멋있는 풍경보다 더 의미가 있는 건 바로 사람들이다. 정씨에게는 “사람들을 만나고, 모르면 질문하고, 길 위에 있는 것이 좋다.”  관광지도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 많이 놓쳤다.

사람들은 각자마다 스토리가 있고 정씨는 이 사람들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만드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여행하는게 좋다고 했다. 그래서 과거의 한 시간이나 장소가 아니라 “지금이 제일 좋다.”

브라질에서 더운 날 자전거를 탄후 텐트장에서 초대 받아 맥주를 한잔 마시면서 바라본 해지는 광경도 “그렇게 좋았다.” 그러나 정씨에게는 언제나 “지금’이 ‘순간순간”이 제일 좋은 것 같다.

8년 동안 전세계 누비면서도 투표는 꼭!

정씨는 8년 넘게 세계 여행을 하면서 한번도 투표를 놓치지 않았다. 부재자 투표를 하려면 몇개월 전에 선거인 명부에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때부터 어느 나라 어디에서 투표를 할지 미리 생각을 하고 계획대로 맞춰갔다. 정씨는 “근대사를 공부하다보니 민주주의가 저절로 얻어진게 아니더라. 투표를 함으로써 이를 지키고 싶고 권리를 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는 “민주주의의 꽃이 투표라고 배웠다. 투표소에 가면 항상 손이 떨린다. 힘든 난관에 부딪히면 열매가 달콤하게 느껴”졌고, 쉽지 않게 찾아가는 투표소에서 설렘을 느꼈다.

정씨의 블로그 마지막 글 제목은 ‘북한을 통해 한국에 가고 싶습니다’이다. 유튜브 비디오 영상에서 정씨는 자신이 전세계를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었지만 고국이 있는 한반도의 반인 북한에는 갈 수 없다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을 통해서만 한국에 돌아가겠다”는 자신의 꿈이 “분단의 고통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낭여행을 하거나 자전거로 국내, 세계 여행을 하는 한인 청년들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호주를 비롯해 해외에서 항상 듣는 질문이 ‘어디서 왔느냐’이다. ‘Korea’라고 답하면 거의 항상 ‘남한이냐 북한이냐’라는 두번째 질문을 받게 된다. 정씨도 “끊임없이 북한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서 고국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계속했다. 해외 여행자나 이민자라면 거의 한사람도 빠짐없이 받게 되는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북한까지 반드시 여행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그레이트오션로드를 통해 멜번에서 애들레이드로 향했다. 사진제공: 정효진 (www.universewithme.com)

정씨는 “한반도의 반을 여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세계를 여행하다보면 좌절스러운 순간이 온다. 저 말고도 다른 한국 여행자 분들도 북한 여행을 생각은 하지만 시도 자체를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2년 페이스북에도 북한을 통한 귀국 계획을 올렸지만 여러가지 정치적인 뉴스와 복잡한 논쟁 거리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남한테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여행 마지막 즈음에 올린 글도 “생각 생각하다가 포스팅”했고 용기가 많이 필요했다.

정씨가 북한을 통해 한국으로 귀국하고 싶은 이유는 어떤 정치적인 목적 없이 “남한과 북한이 함께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이다.

올해 초 개인 남북 자유여행 소식이 들려서 반가웠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더 어렵게 됐고 남북을 둘러싼 세계 정세도 복잡해졌다. 한국 통일부에도 편지를 보냈지만 허가를 받지 못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도 올렸다. 정씨는 “이것 저것 시도했는데 아직 잘된 것은 없다”면서도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정효진씨는 8년간 세계 여행을 하며 단 한번도 한국에 돌아가지 않았다. 길 위에 머무는게 좋아서, 익숙해져서 길어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북한 국경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한국 청년과 마찬가지로 여행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간 후 직장 경력도 없고 신입사원 나이 제한 때문에 막막하다.

그러나 정씨는 “여행 중 여러 난관이 있었는데 시도해보자. 정말 안되면 포기하자. 시도도 안 해보고 포기하면 정말 실패”라는 마음으로 생활했다. 정씨는  지구를 같이 여행하고 있는 동행자들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면 시도는 해 봤으면 좋겠다. 시도를 한 두번이라도 하고 실패하면 완전한 실패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이 때문에 북한을 통해 한국에 귀국하겠다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계속 시도 중이다. 시도했다는 것이 의미있기 때문에.

사진제공: 정효진 (www.universewithme.com)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