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후원금 주면 호주 총기법 줄게
호주 의회에서 외국 정치 후원금을 강력하게 비난한 폴린 핸슨 당수가 이끄는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 2명이 미국 총기 로비 단체에 정치 후원금을... 정치 후원금 주면 호주 총기법 줄게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 미국 총기 로비단체에 정치 후원금 요구

한나라당 폴린 핸슨 당수는 의회서 외국 정치 후원금 강력반대

호주 극우정당 한나라당(One Nation) 고위 당직자 2명이 미국의 유력 총기 로비스트에게 정치헌금을 요청하는 영상 1부가 공개된 후 정치권에 한나라당의 ‘위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한나라당은 알자지라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후원하는 카타르 정권이 소유한 선전단체”의 함정에 빠졌다며 반발했다.

알자지라는 한나라당 당수 폴린 핸슨의 비서실장인 제임스 애쉬비와 당 퀸즈랜드 지부장 스티브 딕슨이 지난 9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강력한 총기 옹호 로비스트와 수차례 면담하는 모습을 비밀리에 영상에 담아 공개했다.

알자지라 탐사보도팀에서 3년간 비밀요원같이 잠입취재한 영상에서 애쉬비와 딕슨이 미국 전미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에 정치 후원금으로 수백만 달러를 요구하며 후원금을 받기 위해 한나라당의 총기 소유 정책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알자지라의 비밀 탐사 최종 결과물은 25일 밤 알자지라 국제 뉴스 채널에서 방영한 ‘학살을 파는 방법(How to Sell a Massacre)’ 1부로 먼저 방영됐으며 이틀 후 2부가 방영됐다.

26일 먼저 발표된 1부 영상 방영 후 제임스 애쉬비와 스티브 딕슨은 브리즈번에서 기자들에 둘러싸여 당시 “술을 몇 잔 마셨다”면서 자신들이 “중동 스파이” 함정이 빠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탐사보도를 위해 알자지라는 가짜 총기 소유권 운동가로 행세한 로저 뮬러가 이끄는 가짜 로비단체인 ‘호주 총기권리협회(Gun Rights Australia)’를 설립했다.

알자지라가 탐사보도의 일부로 25일 밤 공개한 1부 약 50분짜리 영상에는 총기 로비스트와 회의에서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 2명이 정치 자금을 요구하며 호주의 총기 규제를 약화시키기 위해 정치적 전략을 논의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ABC에서는 26일 밤 1부를 방송했으며 2부는 28일 방송된다.

알 자지라 탐사에서 로저 뮬러는 NRA와 한나라당에 접근하기 위해 총기 소유권을 옹호하는 시민단체 운동가로 행세했으며 두 단체간 만남을 주선하고 이를 비밀리에 촬영했다. 그는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미국에서 다양한 보수적 활동에 지원금을 제공하는 코흐 인더스트리(Koch Industries) 대표들간 만남도 비밀 카메라에 담았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NRA와 다른 미국 총기 옹호단체나 기업에 정치자금을 요구한 것은 호주 연방 의회가 선거법을 개정하여 정당에 대한 외국인 기부를 금지하기 바로 몇 주 전에 이루어졌다.

한나라당 고위당직자 대규모 정치자금 확보하러 미국행

2달 후 한나라당 당수는 외국 정치 후원금 강력 규탄

영상에서 지난 9월 워싱턴을 방문하기 전 애쉬비와 딕슨이 여행의 목적을 논의하는 모습을 볼 수있다. “NRA가 호주 내에서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싶다면 이게 시작”이라며 둘째로 NRA의 “소프트웨어를 손에 넣고 싶다. 그리고 세 번째, 정치 후원금으로 도와줄 수 있다면, 대박”이라는 애쉬비의 말에서 방문 목적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 두 사람은 선거운동을 위해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연방의회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딕슨과 애쉬비는 NRA나 코흐 인더스트리 대표단과 회의를 앞두고 미국에서 막대한 정치 후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호주를 바꿀 수” 있고 “상원 의석 8석을 차지하게 되어… 호주 정부 전체를 (한나라당) 마음대로 다루게 된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는 모습을 보인다.

One Nationa visit Congressional Sportsman Foundation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 제임스 애쉬비와 스티브 딕슨이 호주 총기소유권 협회 회장 행세를 한 알자지라 잠입기자와 함께 2018년 미 의회 스포츠맨 재단을 방문한 모습.

NRA 언론담당관, 총기난사 사건후 여론 대처법까지 특강

애쉬비와 딕슨은 NRA 고위 관리들을 잇달아 만나 정치 후원금, 총기법, 커뮤티케이션 전략에 대해 논의하며 정치적 조언까지 구했다. 어떤 회의에서는 NRA 언론담당관 라스 댈세디드(Lars Dalseide)가 총기 난사 사건 발생시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를 조언하기도 했다. 댈세이드는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총기규제를 주장하는 여론에는 오히려 희생자를 정치적 주장에 이용하는 것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 탐사 보도 영상에는 또한 애쉬비와 딕슨이 NRA 관리들에게 호주 총기법을 완화시키는 것이 한나라당의 우선과제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다.

또 다른 회의에서 딕슨은 “돈이 부족하다. 현장 인력도 부족하다”며 NRA에 워싱턴에서 한나라당을 도울 수 있는 다른 인물을 소개해 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NRA는 보수적 정치적 대의에 수억 달러를 기부한 부유한 제조업체에서 운영하는 회사인 코흐 인더스트리 대표단을 만날 것을 제안했다.

코흐 인더스트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알자지라 잠입 기자 로저 뮬러는 두 사람에게 원하는 지원금 액수를 물었다. 딕슨은 “1000만”, 애쉬비는 “2000만” 달러를 언급했다.

회의 자리에서 딕슨은 코흐 인더스트리 대표단에게 당에 더 많은 후원금이 확보된다면 한나라당이 “투표제도까지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딕슨은 결국 돈이 문제라며 호주에서 “할 수 있는 돈이 있으면… 선거제도를 바꿀 수 있다”며 “원료는 있는데 엔진에 넣을 휘발유만 없다”고 정치 후원금을 요구했다.

딕슨, 애쉬비, 코흐인더스트리 대표단은 또한 정치 후원금에 대한 호주내 법규 및 공개의무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비서실장이 정치 후원금을 받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두 달 후 한나라당 폴린 핸슨 당수는 외국정치후원금을 금지하는 법안에 대한 상원 토론에서 외국 정치 후원금을 비난했다.

당시 핸슨 당수는 “외국 돈이 우리 정치권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기 때문에 외국 정치 후원금은 완전히 중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당에 대한 외국 정치 후원금에 대해 어떤 조치가 취해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것으로 충분해서 정말 이를 중단시킬까?”라며 “외국 정치 후원금은 실제로 호주에 있는 자회사를 통할 수 있는데, 과연 이를 잡아낼 수 있을까?”라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외국 정치 후원금 금지 법안은 호주 의회에서 통과되어 연방 정당에 대한 250달러 이상 모든 후원금은 호주 시민이나 호주내에서 설립된 법인에서만 제공할 수 있다.

한나라당, NRA 회의 비밀 지키려 노력

애쉬비는 NRA와 코흐 인더스트리와 회의를 갖기 전 미국 총기 옹호 단체와 접촉이 공개될 경우 이로 인한 정치적 결과에 대해 계속해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회의에서, 애쉬비는 일부 커뮤니케이션을 비밀로 지키기 위해 자신이 한 노력을 자세하게 말하는 장면도 알자지라 영상에 녹화되어 있다. 그는 “업무용 이메일이 절대 비밀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용 이메일이 있고, 업무용 이메일을 따로 관리한다”며 업무용 이메일은 “증거로 소환될 수 있다”며 자신의 처신을 자랑하기도 했다.

애쉬비는 핸슨 당수를 위해 일하던 도중, 그리고 하원 의장이었던 피터 슬리퍼 사무실에서 일하던 때 모두 정치 드라마에 휘말렸다. 지난 달에는 브라이언 버스턴 전 한나라당 상원의원과 몸싸움을 벌인 후 의회 출입이 금지되기도 했다. 딕슨은 퀸즈랜드주 자유국민연합 집권시 캠벨 뉴먼 주총리 정권에서 장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한나라당 지도자 폴린 핸슨은 워싱턴 방문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애쉬비와 뮬러가 귀국한 뒤 몇 달 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두 사람과 같이 미국 방문에 대해 논의했다. 핸슨 상원의원은 “정치적으로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알자지라 잠입 기자 뮬러는 이 세 사람에게 정당에 대한 외국 정치 후원금 금지를 피해갈 방법이 있는지 물었고 애쉬비는 이에 대해 “감옥살이” 밖에 없다고 답했다.

애쉬비는 알자지라 탐사보도 영상이 방영된 후 성명을 통해 알자지라기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을 지원하는 카타르 정부의 국가 소유 선전 단체로 합법적인 언론기관이 아니”라고 비난했다.

또한 “한나라당은 알자지라를 위해 일한 외국인 요원으로 밝혀진 로저 뮬러의 초대를 받아 NRA, 미국 재계 지도자들과 만났고, 의회 스포츠맨 만찬에 참석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알자지라에 완전한 투명성을 보이고 대화의 전체적인 맥락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문제는 곧 있을 연방선거를 앞두고 호주 정치에 대한 외국의 간섭이 우려되어 ASIO와 호주 연방경찰로 회부되었다”며 “한나라당이 이민자 수를 줄이고 테러 연계 국가들에 대한 여행 금지에 대해 강력한 태도 때문에 표적이 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애쉬비는 “한나라당은 호주 내 합법적인 총기 소유권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으며 우리 정책을 웹사이트에 명확하게 설명했다”며 “한나라당 당원은 항상 법을 준수해 왔다”고 강조했다.

Al Jajeera undercover reporter Roger Muller with Pauline Hanson
2018년 12월 퀸즈랜드에서 한나라당 지도자 폴린 핸슨를 만난 ‘호주 총기소유권협회’ 회장으로 위장한 알자지라 잠입 취재기자 로저 뮬러

알자지라 탐사보도 영상에서 한나라당이 NRA와 코흐 인더스트리 또는 미국 방문 중 만난 다른 미국 단체에서 정치 후원금을 확보했다는 증거는 없다. 폴린 핸슨 당수는 27일 트위터를 통해 “알자지라의 공격이 충격적이며 혐오스럽다. 카타르 정부 기관은 호주 정당을 겨냥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는 호주안보정보원 (ASIO)에 의뢰했다. 완전한 공격 작품(방송)이 나온 후에 전면 성명서를 내고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애쉬비의 성명 내용을 반복했다.

정치권, 한나라당 비난 한목소리

자유국민 연합 여권, 한나라당과 선호표 교환 가능성은 열어둬

알자지라 프로그램 이후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한나라당의 위선적 행태를 비난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한나라당이 호주의 법을 최고 입찰자에게 팔려고 시도하고 있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총리는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기본적으로 호주 총기법을 최고 입찰자, 외국 구매자에게 판매하려 했다는 보도가 있고 나는 이를 혐오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리는 “존 하워드(전 총리)가 (자유국민) 연합정부에서 이 법을 도입했을 때 호주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모리슨 총리는 다가오는 연방선거에서 자유국민 연합이 한나라당과 선호표 교환을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총리는 모든 후보자가 결정된 후 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정치 체제에 대한 배신, 쇼튼 노동당수

빌 쇼튼 노동당수는 이번 폭로가 끔찍하다며, 의회가 개원하면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 발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쇼튼 당수는 “한나라당은 위험한 서커스단으로… 극단주의자라는 것이 탄로났다”며 한나라당이 호주법을 미국 총기옹호 단체 후원금과 흥정한 것이 “호주 정치 체제에 대한 배신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통렬히 비난했다.

스포츠 사격광인 브리짓 맥켄지 국민당 부총수는 핸슨 상원의원이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외국 정치 후원금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맥켄지 부총수는 스카이 뉴스에 출연해 이들이 핸슨 당수의 “지시를 받고 행동하고 있었는가? 당수는 그들이 거기 있는지 알았나?”라고 질문했다. 부총수는 또한 만약 이 2명이 핸슨 당수의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면 핸슨 당수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참사가 일어났는데 총기규제제도 약화(논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총기 규제 틀을 약화시킬 수 있는가?”라며 핸슨 당수의 해명을 요구했다.

맥켄지 상원의원은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스캔들에 대해 “이것이 바로 우리 정부가 우리 정치 체제에서 이런 외국 영향력을 금지하기 위해 외국인 정치 후원금 법안을 도입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총수는 다음 연방 선거에서 국민당 소속 주지부가 한나라당 후보와 선호표를 교환할지 여부는 지역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선호표 교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사라 핸슨-영 녹색당 상원의원은 “한나라당과 폴린 핸슨은 너무나 위선자”라며 이번 알자지라 폭로는 “그들의 정책이 얼마나 거짓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핸슨-영 의원은 “이 정당은 마이크 앞에서 하는 말과 마이크가 켜 있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 하는 행동이 완전히 다르다”며 모리슨 총리가 자유당 투표안내 카드에 한나라당을 제일 꼴찌로 둘 것을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데이빗 리틀프라우드 농무장관도 핸슨-영 의원의 한나라당 비판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리틀프라우드 장관은 “2017년 12월 20일, 정당에 대한 외국 후원금에 반대한다는 한나라당의 글을 보고 나서는 몇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 설명 좀 해 주시겠습니까?”라며 한나라당의 위선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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