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예산흑자인가?
16일 조시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이 경제재정전망 중간보고서 (Mid-Year Economic and Fiscal Outlook, MYEFO)를 발표했다. MYEFO를 분석한 그래튼연구소 연구원과 ANU 공공정책대학 바토스 연구원의... 누구를 위한 예산흑자인가?

경제재정전망 중간보고서로 진단하는 호주경제

16일 조시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이 경제재정전망 중간보고서 (Mid-Year Economic and Fiscal Outlook, MYEFO)를 발표했다. 그래튼 연구소 (Grattan Institute) 예산정책제도개혁실 Danielle Wood 실장과 Kate Griffiths 선임회원이 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5 things MYEFO tells us about the economy and the nation’s finances(MYEFO가 경제와 호주 재정에 대해 말해주는 5가지)와 ANU 크로포드 공공정책대학 스티븐 바토스 (Stephen Bartos) 방문연구원의 Surplus before spending. Frydenberg’s risky MYEFO strategy (지출보다 흑자. 프라이든버그의 위험한 MYEFO 전략)를 정리했다.

현재 호주 경제는 임금상승 둔화, 소비지출 부진, 기업투자 부진을 겪고 있지만 조쉬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은 일자리 성장세 견실, 흑자 회복 연방예산과 함께 호주 GDP 성장율이 국제기준으로 높은 편이라며 호주 경제가 건강하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있다.

MYEFO에 따르면 호주 경제는 높은 원자재 가격과 일자리 증가가 떠받치는 예산흑자라는 정부의 이상향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반면 낮은 임금성장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경제는 침체해 있다. 16일 재무부에서 발표한 MYEFO로 호주 경제가 부진한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지 진단해 본다.

낮은 임금성장, 이제 새 ‘일상’

MYEFO에서 헤드라인을 장식한 부문은 당연히 임금성장이 또 다시 하향조정된 것이다. 정부는 4월 예산에서 임금은 이번 회계연도에 2.73%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MYEFO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스콧 모리슨 현 연방총리가 재무장관이던 3년전 올해 임금성장은 3.5%로 예측됐다. 임금성장이 예측을 빗나갈때마다 재무부는 다음번 성장이 더 높아 장기평균을 회복할 것으로 간주해 왔다.

treasury MYEFO wage growth

16일 MYEFO에서 재무부는 오랫동안 부인해오던 노동시장 역동성의 변화를 드디어 시인한 셈이다. 즉 낮은 임금성장이 비정상이 아니라 이제는 일상이 된 것이다.

2022-23년까지도 임금성장은 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수치도 사실 현재와 비교하면 상당히 회복하는 것이다.

물론 임금은 인플레이션보다 빠른 속도 즉 실질적으로 아직 상승하고 있고 정부는 이 사실에 주의를 환기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호주는 최소한 다음 몇년간은 생활수준 성장이 미미한 현실에 적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지출 부진 – 기업투자는 공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나온 MYEFO 경제성장 예측은 4월 예산에서 할인된 수치이다. 재무부는 이제 이번 회계연도에 경제가 2.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4월 예산시 기대했던 2.75%보다 낮게 조정된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금리인하와 감세에도 불구하고 소비 지출이 겨우 1.7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민간 경제의 부진이다. 또한 기업 투자는 4월 5% 전망에서 1.5% 성장으로 떨어지며 공전하고 있다.

성장율 전망은 2020-21년 2.75%, 2012-22년에는 3%로 증가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그림은 어느정도 나아 보이지만 재무부는 특히 세계경제로부터 상당한 하방위험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위험에 따라 재무부 예측대로 경제성장율이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호주 경제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견실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생활수준에 가장 피부에 닿는 것은 1인당 경제성장이다. 호주 인구 성장이 1.7%라는 것을 감안하면 국제 기준에서 호주 성적은 썩 인상적이지 않다.

IMF 전망에 따르면 호주와 한국을 포함한 12대 선진국 중 호주는 2020년 GDP 예상 성장율 2.26%로 가장 큰 성장세가 기대되지만, 1인당 성장률은 0.66%로 12대 선진국 중 가장 낮았다. 같은 기간 한국은 GDP 성장율 2.22%, 1인당 GDP 성장율 1.8%로 두 부문 모두 12대 선진국 중 두번째로 컸다.

GDP 및 1인당 GDP 성장율 (연간 %) – 호주, 한국, OECD

높은 원자재 가격은 호주 예산에 축복

높은 원자재 가격은 호주 예산에 계속되는 자연의 축복이다.

톤당 미화 85달러가 넘는 철광석 가격으로 법인세수가 호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미화 85달러는 예산에 책정된 톤당 미화 55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그러나 재무부는 계속 톤당 미화 55달러를 가정함으로써 최근 몇년간 취했던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경우 철광석 가격이 계속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 어느 정도 잠재적인 이익을 준다. 재무부는 톤당 미화 10달러 인상으로 예산수지가 2019-20년에는 약 12억 달러, 2020-21년에는 약 37억 달러 증가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예산 수지는 앞으로 몇년간은 변덕스러운 국제 원자재 시장과 운명이 묶여 있다. 그러나 브라질 광산 재난에 일부 기인한 최근 철광석 고가격은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7월 톤당 미화 120달러로 정점에 달했으나 2020년 6월 분기까지 톤장 미화 55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철광석 가격과 결과적으로 호주 예산수지에 핵심 결정요인은 중국의 수요이다. 중국 제강소가 정부 예산에서 책정한 액수보다 더 수입할 수도 있고 덜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무장관에게 진짜 문제는 중앙은행을 포함해 점점 커가는 경기 부양책에 대한 요구에 어떻게 대처할지이다. 2020년 상반기 중 경제성장과 실업율 변화에 따라 재무장관은 일자리와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미래 흑자를 포기하라는 압력을 받게될 것이다.

MYEFO에는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는 속도에 따라 올 회계연도 세수가 예상보다 8억 달러 낮거나 5억 달러 높아질 수 있는 민감도 분석이 포함되어 있다. 내년 예산에서는 세수가 11억 달러 줄어들거나 13억 달러 증가될 수 있다.

정부 세수 증가의 또다른 원천은 예상대로 주도 주택시장 회복이다. 부동산 시장은 인지세에 의존하는 주정부 만큼 연방정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연방정부도 혜택을 본다.

정부는 MYEFO에서 가계에 대해서는 최근 소비약세 일부는 시간의 문제일 뿐 가계가 더 높은 세후소득에 반응해 소비를 늘리면서 저축율이 감소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재무부는 소비자가 계속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가계 저축률 하락이 예상보다 느릴 위험이 있다는 가능성도 인정했다. 가계가 미래에 대해 불안한 상태로 남아 지출보다는 절약할 가능성이 있다. 바토스는 소비자 지출 약세가 더 원천적인 추세 변화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흑자를 위한 고투 – 정부 창고를 닫아라

MYEFO에는 이미 정부에서 발표한 기반시설 사업, 가뭄, 노인요양에 대한 신규지출이 포함되어 있지만 대규모 추가사업 발표는 없다. 이는 예산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작아도 올해 반드시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다.

앞으로 4년간 흑자 전망은 “비정상적인” 수준의 지출 제한을 전제로 한다. 연방정부의 4년 연속 1인당 실질 지출 감축 계획은 1980년대 말 이후 어떤 정부도 하지 않은 일이다.

actual spending per capita

정부는 국방과 점점 확대되는 국가장애보험제도를 제외한 거의 전 분야에서도 지출 증가를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의회예산실이 지적하듯 예산이 개선되면서 지출을 계속 억제하기는 힘들다. 실업수당이나 노인요양같은 부분에 장기적 지출 긴축이 취약한 호주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러하다.

underlying cash balance

누구를 위한 예산 흑자인가?

MYEFO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정부예산 건전성과 실제 호주 경제 건전성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호주 경제가 좋은 것인지 나쁜 상태인지 헷갈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재무장관이 이미 예산이 “흑자로 돌아섰다”고 자유국민 연합 정부의 성공을 장담했기 때문에 크게 줄어든 규모라도 흑자를 이루지 못했다면 상당히 난처한 입장이 됐을 것이다. MYEFO에 따르면 다음 3년 흑자는 각각 60억 달러, 80억 달러, 40억 달러로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다.

그러나 올 회계연도에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는 예산수지 50억달러 흑자는 총 세수 5025억 달러의 1%도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MYEFO에 포함된 흑자 전망에 대한 신뢰구간은 상당한 불확신성을 보여준다.

confidence intervals real GDP growth rate

정부는 물론 지출 삭감이나 추가 세수 증대 대책을 도입함으로써 흑자를 언제든지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왜 흑자를 달성해야 하는가이다. 흑자가 성공적인 국가 경제 경영의 기준인 것처럼 정부에서 홍보하고 일부 언론에서도 흑자를 외치는 이 상황이 바토스씨에게는 “당혹스럽다”

분명한 것은 정부 예산 흑자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 소득, 실업율 상승 또는 하락 가능성, 노인을 정부가 돌봐줄지, 건강상 필요가 충족될지,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킬 수 있는지이다.

물론 국가 부채에 반대할 만한 충분한 논점은 있다. 부채는 국민의 다른 필요에 사용되기 전에 정부 예산을 정부 부채 상환에 써야 하고 과도한 부채는 국가를 위험에 노출시킨다.

그러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국제 신용평가 기관이나 국제 금융 시장 모두 예산이 흑자 50억 달러이든, 적자 50억 달러이든 신경쓰지 않는다. 사실상 흑자이든 적자이든 정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동일한 수치다.

정부는 더 이상 2029-30년까지 순부채가 0%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고 대신, GDP의 1.8%를 예측하고 있다. 물론 이는 2019-20년 순부채 3923억 달러 (GDP의 19.5%)에서 확실히 급감한 수치이다.

그러나 바토스는 구조적 예산수지 추계에 근거해 이 순부채 전망이 “용감하다”며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았다.

당시 특정 경제상황이 아닌 경우 예산을 추정하는 구조적 추계에 따르면 2029-30년까지 매년 흑자가 증가한다. 이는 고령화 인구와 정부 지출에 대한 여러가지 다른 압력 앞에서 거의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경제에 미치는 고령화의 영향은 재무부에서 펴내는 다음번 세대간 보고서 (Intergenerational Report)에서 더 자세하게 다뤄질 것이다. 세대간 보고서는 연방정부가 향후 40년간 고령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현 정부정책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보고서로 매 3-5년에 한번씩 발표한다.

다음 세대간 보고서는 내년 3월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7월까지 연기됐다. 7월이면 연방예산과 정부 은퇴소득검토(Retirement Income Review)가 종료된 후이다.

정부예산에 빠진 비용은?

정부예산에는 복지서비스 전달 모델인 Services Australia(연방주민센터)에 대한 추가 지출 규정이 없다. Services Australia는 센터링크를 운영하던 기존 시민복지부(Department of Human Services)의 새로운 이름으로 NSW 주정부내 각종 주민서비스 종합창구인 Services NSW를 모델로 한 것이다.

Services NSW는 다른 정부기관에 비용을 청구해 전 정부부처에 비용을 나누는 방식으로 재정이 운영된다. 그러나 연방정부에는 이런 방식을 운용할 여지가 적기 때문에 예산에 직접적으로 추가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정부에서 발표한 노인요양 사업이 MYEFO에 포함되었으나, 노인요양 왕립조사위원회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이번 발표가 여러 사업 중 첫번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재난에 대한 예산은 추계예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호주가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재난에 처할 위험이 더 커진다면 정부 미래 예산은 추가 압력을 맞게 된다.

따라서 MYEFO에는 중국경제 성장과 철광석 가격에 미치는 영향, 소비자 수요, 임금, 지출압력 등 다양한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 모든 것이 정부가 바라는대로 된다면 정부는 전망치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모두를 다 달성하지 못할 상당한 위험이 있다.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은 2020년 예산흑자와 소비지출 부진, 낮은 임금성장 사이에서 가계와 국가 경제 모두 진작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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