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바이롱밸리 석탄광산사업 좌초, 연방대법원 상고 기각
한국전력공사가 12년동안 추진한 바이롱밸리 석탄광산 사업이 좌초됐다. 한전 바이롱밸리 석탄광산사업 좌초, 연방대법원 상고 기각

한국전력공사(한전)에서 약 8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뉴사우스웨일즈주(NSW) 바이롱 계곡 석탄 광산 개발이 결국 좌초됐다. 10일 연방대법원(High Court)이 한전에서 NSW 환경당국의 승인거부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을 기각한 것이다.

2019년 NSW주 환경 당국은 환경에 끼치는 영향 때문에 한전 바이롱 석탄 광산 개발 사업승인을 거부했고, 한전은 이에 불복해 호주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3년 가까이 분쟁을 이어왔다. 한국 기후위기대응 민간단체인 ‘기후솔루션’은 이번 사례가 “화석연료 개발과 투자가 기후 환경적인 이유로 법적으로 제한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재무적으로 큰 손실을 안길”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경고했다.

한전은 2010년 호주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바이롱 밸리에서 노천 및 지하탄광을 개발해 발전용 유연탄을 발굴·채취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25년 간 매년 발전용 석탄 650만 톤을 생산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9년 호주 독립계획위원회(Independent Planning Commission, IPC)는 사업 불허 판정을 내렸다. 불허 이유 중에는 탄소배출, 수질 문제, 농업 생산성 영향에 악영향을 주는 등 지속 가능한 개발과 어긋난다는 것도 포함된다. 한전은 IPC 판정에 불복해 2019년 12월 호주 토지환경법원(Land and Environment Court)과 항소법원(Court of Appeal)에 차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한전은 이어 NSW 항소법원이 기각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오류를 범했다는 근거로 연방대법원에 ‘특별상고허가(special leave to appeal)’를 신청했지만 호주 최고법원에서 결국 기각됐다. 대법원 제임스 에델만 대법관과 미셸 고든 대법관은 “한전의 상고 내용 가운데 대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중요한 쟁점이 없으므로 별도로 대법원 상고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한전의 상고신청을 기각했다.

한전은 이 사업에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천269억원을 투자했으나 사업초기부터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이 벽을 넘지 못하고 석탄광산 사업과 함께 공중분해된 것이다. 한전은 2019년 내부 회계에서 바이롱 석탄 광산 사업에 투자한 금액 가운데 일부인 5130억원을 손실처리 한 바 있으며, 지난해 11월 바이롱 석탄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 중 일부인 약 3500억원도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부담했다.

지난해 10월 한전은 대법원의 최종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상고를 고집했다. 이 때는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깊어지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중심으로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책이 집중적으로 논의되던 시점이었다.  

바이롱베이 주민들은 바이롱 계곡을 되찾기 위한 모금 활동을 벌여 해당 부지를 약 407억 원에 매입해 친환경 농업을 하겠다고 한전에 제안하기도 했지만, 한전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지 못했다. 한전은 석탄 광산 개발이 가로막힐 가능성이 커지자 뒤늦게 그린수소 클러스터로 계획을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기후위기 대응 기조에 맞춰 활로를 모색하는 모양새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의원은 정승일 한전사장에게 “해외 기관 투자자들이 석탄 투자를 중단하라고 계속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전이 3심 상고까지 해가며 기어이 바이롱 사업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 사장은 “석탄의 계속 개발 여부와 10년 전 시작된 이 사업이 당초 목적대로 진행되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상고 진행을 고집한 바 있다. 이어 이소영 의원이 NSW 주정부의 그린수소 허브 전략에 맞춰 석탄광산 대신 그린수소 클러스터를 출구전략으로 제안하자 “바이롱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해 여러 검토를 하겠다”고 대안마련 가능성도 비쳤다.

“한전, 짐싸서 떠나라”

Bylong Valley

한전의 석탄 광산 개발에 적극 반대해온 지역사회 단체 바이롱계곡 보호 연대(Bylong Valley Protection Alliance, BVPA)는 이번 대법원 기각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필립 케네디 BVPA 회장은 “한전이 과오를 인정하고 짐을 싸서 떠날 때”라며 “다른 계획을 내세워 더는 지연하지 말고 현지 주민들에게 바이롱 계곡을 매각해 넘겨줘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케네디 회장은 일자리와 투자 가증성이 사업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며 “일자리도 충분하고 다른 직업이 필요하지 않다”며 지역주민의 한전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호주 전역 광산개발 반대 단체 연대인 호주 단체 락더게이트(Lock The Gate)는 바이롱 석탄 광산 개발이 일찌감치 한국의 탄소중립 선언과 어긋나 있었음을 지적했다. 락더게이트 대변인 닉 클라이드는 “한전이 법정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 한국 정부는 더 강화된 기후 정책을 발표해왔다”라며 “전 세계가 탈탄소를 지향하는데 바이롱 계곡에 석탄 광산을 개발하는 것 있을 수 없으며 한전이 이 같은 사실을 오래전에 깨달았어야 했다”라고 비판했다.

기후솔루션은 한전이 오랜 기간 매달려왔던 석탄 개발 사업이 막대한 손실을 남기며 좌초된 것이 계속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화석연료 개발과 투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하며,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 기업의 호주 가스전 사업을 들었다. 기후솔루션은 이 사업도 역시 기후위기가 가속화됨에 따라 좌초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현재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은 SK E&S가 호주 북부 해상에서 진행 중인 바로사(Barossa) 가스전 사업 투자를 검토 중이지만, 이 사업도 역시 현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고 전했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연구원은 “12년간 이어진 한전의 바이롱 석탄 광산 사업의 실패는 기후위기로 인해 좌초자산 리스크가 현실화된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번 교훈에도 불구하고 공적 금융기관이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자금을 투입한다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닥쳐올 기후위기의 파고에서 공적금융의 재무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선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Bylong Valley Ae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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